구암 허준의 저술한 의서인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도 “위토(胃土)에 속하며, 풍사(風邪)가 혈맥(血脈)에 침범해 눈과 입 등 주위 근육이 비뚤어지고 틀어진다. 사기(邪氣)를 침범당한 쪽은 늘어지고 정기(正氣)가 있는 쪽은 당겨져 정기가 사기를 끌어당겨 안면부가 틀어진다”고 전하고 있다.
이러한 구안와사는 병의 기전이 안면근에 있는 것이 아닌, 제7번 뇌 신경인 얼굴신경의 병리적 이상으로 초래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에는 총 12쌍의 뇌 신경이 존재하는데, 후각신경(I)•시각신경(II)•눈돌림신경(III)•도르래신경(IV)•삼차신경(V)•갓돌림신경(VI)•얼굴신경(VII)•속귀신경(VIII)•혀인두신경(IX)•미주신경(X)•더부신경(XI)•혀밑신경(XII)이 그것들이다.
이 중 7번 뇌 신경인 얼굴신경은 교뇌에서 기원하는 혼합성 신경으로 안면근의 움직임을 비롯해 미각, 눈물샘, 침샘 등 영역도 관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얼굴신경의 이상으로 초래되는 구안와사에 걸렸을 시, 안면마비 증상뿐 아니라 안구나 구강의 건조, 미각소실 등의 증상 역시 수반될 수 있다.
구안와사는 크게 중추성 구안와사와 말초성 구안와사로 나눌 수 있으며, 전체 환자 중 9할이 후자에 속한다. 다시 말초성 구안와사는 특발성으로 나타나는 벨마비, 대상포진 후유증으로 일어나는 람세이헌트 증후군 등이 있는데, 가장 많은 환자군이 나타나는 것이 벨마비다.
벨마비 성 구안와사의 경우 발병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면역력이다. 체내 건강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면역력이 노화(老化), 와병(臥病), 과도한 스트레스, 피로 누적, 한기 노출, 큰 기온 차 노출 등의 요인으로 저하됐을 시에 바이러스나 세균 등 외부 사기가 체내에 침투해 구안와사를 유발할 수 있게 된다.
과거의 경우 자연 면역력 저하가 두드러지는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많이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져 젊은 사회활동 인구층으로 주 유병 연령대가 이동하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30~50대 구안와사 발병률은 전체의 약 54.3%로 60대 이상 33.8%를 20% 이상 앞섰다.
한의학에 따르면 이러한 구안와사의 평균 치료 기간은 약 4주 정도다. 이는 발병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집중적인 치료를 받았을 시며,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치료를 중도에 멈출 경우 재발 또는 후유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에 적체된 기혈순환을 바로잡고 틀어진 안면근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정안침, 체침 및 약침, 매선 요법 등 각종 침 치료 및 온열요법 등의 외치(外治)와 내복용 한약을 통한 내치(內治)를 병행해 병증을 근본부터 바로잡고 있다. 단, 정안침의 경우 개인에 따라 멍이 들 수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같은 분류의 구안와사라더라도, 신경의 손상 정도에 따라 ①경유돌공 부위 손상→ ②고삭신경 부위 손상→ ③등골 신경 부위 손상→ ④슬신경 부위 손상→ ⑤내부병변 손상으로 병증의 정도가 다르기에 병증의 정도에 맞게 치료 프로세스를 다르게 적용한다.
도움말 : 단아안한의원 마포점 청아한의원 김진아 원장
양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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