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방역에 구멍이 뚫리자 이로 인한 개인과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방역에 사활을 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갈 길이 급한데 우물쭈물한다는 핀잔을 들었던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준) 제롬 파월 의장도 23일(현지시각) 무제한 달러를 풀어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0%대 금리 인하조치에 이어 없던 기구를 만들어 회사채와 개인대출 채권까지 사들이겠다는 금융방역 안 내놓은 데 이어 추가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대책도 조만간 내놓을 뜻임을 시사했다.

한마디로 코로나 19 방역에는 실패했지만, 그 실패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방역만은 선제 조치로 예방하겠다는 대응책이다.

​2주간의 이동금지, 전체인구 1/4의 자택격리수준의 조치가 몰고 올 공장가동 중단과 소비절벽이 당장 발등에 불이라 이를 꺼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코로나 19로 인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분기 –4~-6%, 2분기에는 –14%~-25%까지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른 개인과 기업 그리고 이들에게 대출과 채권을 발행한 금융기관들 모두를 지원할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서겠다는 조치이다.

대응책을 살펴보면 우리와 다르지 않다.

주가는 이 같은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이는 코로나 19가 언제 어떤 식으로 소멸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당장 필요한 현금확보를 위해 투매심리 때문이다.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가 공장 문과 하늘길을 봉쇄한 것도 모자라 자가격리라는 폐쇄로 생산과 소비절벽 우려가 투매심리를 압박하는 가운데 주가 폭락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 연준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의장처럼 제롬 파월 의장도 무제한적인 '달러 찍어내기'를 선언하면서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회사채 시장까지 투자등급만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23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과 세계에 엄청난 어려움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우리의 경제는 극심한 혼란에 직면했고, 도전적인 시기의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모든 범위의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시장기능을 지원하는 데 필요로 하는 만큼 국채와 주택 저당증권(MBS)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QE) 정책을 펼치겠다고 나섰다.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기업들이 아우성치고 있는 만기도래한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사줄 수 없다고 한 그것과는 대조적이다.

미 연준은 이를 구체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3개 비상기구를 신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살펴보면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시장과 관련해 발행시장인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PMCCF)’와 유통시장인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SMCCF)’를 설치해서 4년 시한으로 연계자금을 제공하고, 투자등급 우량 회사채 및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중앙은행이 직접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을 기구로 만들어 9조5천억 달러 회사채 시장의 발행과 유통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금융방역인 셈이다.

여기에 지난 2008년 가동됐던 '자산담보부증권 대출 기구(TALF·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도 부활시켜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대출, 중소기업청(SBA) 보증부대출 등을 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 증권(ABS)도 사들여 시장에 자금경색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3가지 기구 외에도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하기 위한 이른바 '메인스트리트 비즈니스 대출프로그램'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준을 비롯한 금융규제 당국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코로나 19사태로 영향을 받은 차입자들을 '건설적으로' 처리해달라고 각 금융기관에 주문하면서 특히 신용위험이 있는 대출에 대해 무조건 채무구조조정(TDR)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비오는데 우산 뺏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 같은 미국의 중앙은행과 금융규제 당국의 대응책과 조치들은 금융개방이 거의 미국 수준인 우리 금융시장에도 별반 다르지 않게 대응해야 한다는 사례들이다. 우리가 초기 코로나 19 방역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와 교역 상대국들의 봉쇄와 공장가동 중단 그리고 이들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무차별 투매로 인한 금융방역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는 신호이다.

벼랑 끝에 몰린 기업과 가계의 위기에 중앙은행이 나서 '헬리콥터로 달러 살포'에 나선 것은 코로나 19가 공장과 실물 붕괴를 몰고 와 대량 해고와 파산 사태라는 악순환을 끊고자 하는 금융방역인 셈이다.

방역에는 실패했어도 금융방역은 어떤 식으로든 놓치지 않겠다는 조치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 19 이후 더 큰 금융재앙이 다가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금융방역의 모범을 미국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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