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셀렉션. 316쪽. 1만4천5백원.

[일간투데이 최종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뜬금없는 자가격리를 일상화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직장과 학교에 묻혀살던 가족들이 요즘말로 집에만 머무르는 방콕 생활을 한지도 2개월여가 된다. 그러다 보니 하루 한끼도 집에 먹을 시간이 없었던 가족들이 하루 세끼를 집에서 해결해야하는 일일 3식시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0식시대에서 방콕과 함께 3식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 시절에 하루에도 수차례 밥을 하고, 밥을 먹고, 아침저녁으로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우리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복되는 일상에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신작이 나왔다.

바로 <밥하는 시간>이라는 신작이다. 이 책은 지금 여기의 삶을 우리에게 돌려줄 수 있는 일상의 가장 작고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밥이고, 집이고, 몸이고, 일이고, 공부이고, 다른 생명과의 관계이다.

<밥하는 시간>의 김혜련 작가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을 들여다보고 그 진짜 의미를 회복하고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삶을 치유하고 회복하려는 것이야 말로 자신의 삶을 위한 진짜 자기계발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 김혜련 작가는 이십여 년간 국어 교사로 마흔 후반에 교사 생활을 접고 오십나이에 수행하러 입산, 경주 남산마을에서 백 년 된 집을 가꾸고, 텃밭을 일구며 사는 일상을 간간히 책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현재는 경주보다 자연이 더 깊은 곳으로 옮겨와 잘 늙어 가는 일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의 공부들을 <남자의 결혼 여자의 이혼>, <학교종이 땡땡땡>, <결혼이라는 이데올로기>,<학교붕괴> 등을 통해 답했다.

이번 신작 <밥하는 시간>도 작가의 잘 늙어가는 공부의 산물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많은 시간을 밥을 하고 밥을 먹으며 보낸다. 밥하는 시간이, 밥 먹는 시간이 행복하지 않은데 우리의 삶이 행복할 수 없다는 작가의 통찰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통통한 밥알의 무게, 쌀 알갱이가 톡 터지며 씹힐 때 입 안 가득 빛이 도는 듯 환한 느낌. 베어 물면 사르르 녹는 호박 고구마의 다디단 맛, 감자가 으깨지도록 푹 익혀 먹는 강원도식 고추장 감자찌개.”라는 식으로 풀어냈다.

“이른 봄에 씨 뿌리고 물을 주고, 햇빛과 비를 받고 자라는 모습을 매일매일 지켜본 생명들이 놓여 있는 식탁. 내 손으로 기르고, 내 손으로 거둔 생명을 요리해 차린 밥상. 우리가 회복해야 할 밥의 시간이다.”이라고 작가는 <밥하는 시간>을 정의한다.

김 작가는 “밥하고 밥 먹는 충만한 시간의 부재는 단지 밥의 부재가 아니라 삶의 부재이다”면서 “삶의 회복은 자신을 위한 따뜻한 밥의 회복에서 온다”고 잘 늘어가는 통찰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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