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치 상승에 해외 투자자산 가치 동반 상승

▲ 대형 증권사들의 1분기 수익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래에셋대우는 해외투자와 국내투자가 균형을 이뤄 상대적으로 실적 하락 폭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 본사 전경. <제공=미래에셋대우>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코로나19 사태에서 촉발된 미증유의 시장 상황을 반영해 대형 증권사들의 1분기 이익이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대폭 감소될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사업 포트폴리오가 국내외로 형성된 미래에셋대우는 우려와 달리 상대적으로 실적 선방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분기 어지러운 시장 상황 속에서 중소형 증권사보다 대형 증권사가 더 큰 타격을 입었을 거라는 주장이 나왔다.

메리츠증권 증권분석 담당 김고은 연구원은 자신이 분석하는 미래에셋대우,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5개 대형사의 1분기 순이익이 1476억원에 그쳐, 전분기 대비 -75% , 전년 동기 대비 -83.1%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익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는 글로벌 증시 폭락에 따른 ELS 관련 평가 손실 발생을 꼽았다.

ELS 관련 평가 손실은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구성을 위한 기초자산인 주식과 글로벌 주가지수의 급락으로부터 발생한다.

각 상품의 조기상환 가능성이 사라지며 선물·옵션 등을 활용한 운용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나고, 발행 자체의 감소로 인한 수수료 감소, 자체 헤지 과정에서 생기는 마진콜에 따른 증거금 추가 납입 부담 등이 포괄적으로 손실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는 중소형사도 마찬가지지만 장외파생상품 라이선스를 가진 중대형사, 특히 발행 잔고가 크고 자체 헤지 비율이 높은 대형사들에게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1분기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거래량 증가로 자산관리(WM)에 강점이 있는 회사 중 거래중계(brokerage)에 경쟁력이 있는 회사들의 경우 관련 수익이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9.7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3.7% 증가했다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운용 손실을 일부 만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메리츠증권 증권분석 담당 김고은 연구원은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9.7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3.7% 증가했다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운용 손실을 일부 만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사진=게티이미지>

특히 김 연구원은 “고객예탁금이 47조원까지 증가했다”며, “시가총액대비 실질 고객 예탁금 비중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당분간 브로커리지 부문이 증권사 수익에 주요한 부분을 담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월 개인 순매수 금액이 10조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예탁금은 40조를 유지하고 있어 실질 자금 유입은 그 이상”이라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주식 거래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기자본 기준 1위인 미래에셋대우가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 글로벌 경기 하강에 따른 리스크가 커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본격화한 투자은행(IB) 사업의 해외 비중 확대, 특히 오피스나 호텔 등 부동산 관련 투자 규모(익스포져)가 커짐에 따라 연쇄적인 위기 현상의 가능성을 염두한 목소리다.

실제 미래에셋그룹은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핵심 지역 주요 호텔 및 리조트 15개를 약 58억달러(약 7조원)에 인수하는 딜을 전년 9월 11일에 시작해 현재 계약금 7000억원 가량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대형사 부동산본부장은 “만약 이미 전액을 납입한 상황에서 딜이 완료됐다면 염려하는 상황이 맞으나 아직은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쯤 실사를 진행하며 구체적인 매각 가격 조정에 들어가고 있을 것이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매수자에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PF본부장은 “글로벌 경기 하강을 인수자와 피인수자가 모두 인지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가격을 높였다 딜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을 위한 수싸움이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매수자를 놓치면 매각 가능성이 더 낮아지기 때문에 키는 매수자 쪽에서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은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미래에셋대우의 또다른 리스크로 거론되고 있다.  한 독립계 사모펀드(PEF) 대표는 “M&A의 구조를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데서 비롯된 오해”라며 “매도자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전략적 투자자(SI)인 HDC현산과의 싸움에 미래에셋은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선 것일 뿐이기 때문에 딜의 완성 여부와 상관없이 미래에셋의 리스크는 없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은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미래에셋대우의 또다른 리스크로 거론되고 있다.

한 독립계 사모펀드(PEF) 대표는 “M&A의 구조를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데서 비롯된 오해”라며 “매도자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전략적 투자자(SI)인 HDC현산과의 싸움에 미래에셋은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선 것일 뿐이기 때문에 딜의 완성 여부와 상관없이 미래에셋의 리스크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산업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분명하고 딜의 진행 과정에 이러한 상황이 최종 인수가격에 녹아들겠지만 FI인 미래에셋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정도의 기회비용이 전부여서 일각의 우려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래에셋대우의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리스크 헤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증권사 전략기획팀장은 “미래에셋대우는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가 많아 다량의 달러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가 오르면 자산이 같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고, 반대로 달러가 내리면 국내 투자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어 국내외 투자자산 분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WM 분야에서도 강점이 있는 미래에셋대우가 거래량 증가 속에 신규 계좌가 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도 일부 증가해 IB와 트레이딩에서 줄어든 수익을 상당부분 만회했을 가능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타 대형사 대비 다각화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전년 세전이익 1700억원을 달성해 전체 수익의 4분의 1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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