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6조4000억원 기록
반도체 수요·환율 긍정 작용…2분기, 코로나 조기 안정이 관건

▲ 삼성전자가 1분기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기가 위축된 속에서도 1분기에 6조원대 영업이익을 지켰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이 본격화되는 2분기에는 실적 악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7일 1분기에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6조4000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8.1% 줄었지만 전년 동기보다는 4.9% 늘었다. 영업이익도 전 분기보다는 10.6% 감소했으나 지난해 1분기보다는 7.2%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인 영업이익률은 11.6%로 2016년 3분기(10.9%) 이후 최저치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를 다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들의 시장전망치를 취합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6조948억원이었다. 최근 영업이익을 5조원대로 하향 조정하는 전망도 일부 나왔었다. 업계에서는 1분기에는 아직 코로나19 영향이 본격 반영되지 않은 데다 반도체 부문이 양호했고 환율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의 구조적 개선세가 예상을 능가하며 최근 낮아진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외에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가전 등 다른 부문은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보여 1분기 실적은 사실상 반도체 효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잠정 실적 때는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으나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 매출은 17조원, 영업이익은 3조7000억원∼4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서버 D램 가격이 상승했고 코로나19 발발 이후 재택근무·화상회의 등 비대면 확대에 따라 대규모 인터넷센터 서버발 반도체 수요가 늘며 혜택을 본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스마트폰·가전 등 수요는 감소하면서 다른 부문은 부진한 것으로 추정됐다. 스마트폰 등 IM(IT·모바일) 부문은 1분기 영업이익이 약 2조원으로 관측되고 있다. 2조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코로나19 이전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과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 부진 등 영향으로 영업손실이 4000∼6000억원이라는 예상이다. TV·생활가전 등 CE(소비자가전) 부문 역시 판매량 감소로 영업이익 5000∼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2분기에도 반도체 부문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끌겠지만 코로나19의 확산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부문은 코로나 확산으로 비대면 관련 서버 수요는 증가하지만 모바일 수요는 감소하는 양면성이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은 글로벌 생산기지 셧다운(가동 중단), 가전 유통망 중단 등 영향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펜트 업'(pent-up·억눌린) 수요가 하반기 폭발하면서 코로나 이후 줄어든 데이터센터 수요를 상쇄할 가능성도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본격 확산 한달 만에 진정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반도체는 코로나19의 악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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