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자산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

▲ 한국은행(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도입 준비를 공식화하면서 관련 주식들도 일제히 상승하는 등 즉각 반응하고 있다. 디지털자산(Digital Asset)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부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 침체됐던 업계도 반색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일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과 관련 내년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현재 공개된 추진 일정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기술 및 법률적 사항을 검토하고 내년 한해동안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를 거쳐 내년 말까지 발행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친다는 입장이다.

그간 디지털화폐 발행을 위한 기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블록체인 등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앞선 기술들을 가지고 있고, 세계적인 거래 규모를 가진 거래소도 다수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관련 산업은 침체일로를 걷는 상황이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자산 거래도 관심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한국은행은 올해 초만 해도 디지털화폐 발행에 회의적이었으나 디지털화폐에 적극적인 일본은 물론 EU와 금융 선진국인 영국, 미국 등이 CBDC 연구에 들어가자 우리도 이에 뒤쳐질 수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남미 등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한 일부 국가에선 연구가 상당부분 진척이 된 상황이고, 스웨덴의 경우 ‘e-크로나’라는 화폐를 만들어 지급결제가 가능한 플랫폼 개발이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Untact)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실물 화폐가 아닌 비접촉 방식의 통화 결제, 송금, 이체에 대한 대안 수단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글로벌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국내 서비스를 이달 정식 출시해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이낸스코리아는 지난 2일 입금서비스를 시작하고 6일 거래서비스에 돌입했다. 국내에도 업비트나 빗썸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지만 국내 가상자산 거래의 규모가 급감하며 세계 순위에서 많이 뒤로 밀린 상황이다. 한때 글로벌 정상권이었던 국내 1위 업비트의 거래량은 현재 바이낸스의 7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바이낸스코리아는 다른 국가에 진출한 지역 거래소들과 거래 공유를 통해 거래에 필요한 가상자산을 풍부히 보유해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다양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내 거래소 대표는 “정부의 보수적인 입장에 관련 산업이 쪼그라들며 기억속에서 사라져가는 동안 그 자리를 글로벌 기업들이 차리한 지 오래”라며 “최근 N번방 사태가 오히려 사람들의 기억속에 다시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이라는 존재를 다시 상기하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디지털화폐 발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게 없다”며 “현재는 로드맵을 세우고 정책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시 물리적으로 발행이 가능한 환경을 검토하는 단계로 이해해 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한은이 디지털화폐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히자 관련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상장 회사들의 수혜 기대감에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청호컴넷, 케이씨티, 로지시스, 푸른기술, 한네트 등이 이번 테마에 거론되는 기업들이다.

청호컴넷은 현금자동입출금기 제조와 판매 기업이고, 케이시티는 금융단말기와 특수단말기 제조와 판매를 사업내용으로 하는 회사들이다.

한은의 계획이 밝혀진 6일 12.71% 상승한 청호컴넷은 이튿날인 7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8일 한때 13.93%까지 상승하다 장 마감은 -3.20%로 마감했다. 케이씨티도 6일 5.36%, 7일 상한가를 기록 후 8일 17.49%까지 올랐다 상승폭을 반납하고 4.18%에 거래를 마쳤다.

한 증권사 PB는 “디지털화폐 관련 테마는 앞으로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들썩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다만 정부가 공식 발행을 천명한 것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발행 가능성을 검토하는 수준에 있는 만큼 테마를 쫓아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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