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현금보유 10.3조원 ↓…순차입금 65.7조원 ↑
기업 5개중 1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한계기업은 2년간 2배

▲ 코스피 상장사 현금성자산·순차입금 추이/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수 추이(2015~2019).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해 한 해 동안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현금성자산이 감소하고 차입금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상장사 5곳 중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했으며 이러한 상황이 3년 연속 지속된 한계기업수는 2017년 이후 2배가 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코스피 상장기업 685개사의 2015년~2019년 기간 동안 개별·별도 재무제표를 분석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부진으로 국내 기업들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9일 지적했다.

상장기업 685개사의 현금성자산은 2018년 142조원에서 지난해 7.3%(10조3000억원) 감소해 131조7000억원이 됐다. 절반 이상 기업들(51.8%·355개사)의 현금성자산이 줄면서 전체 상장기업 현금성자산은 2년 연속 감소했고 전년도 대비 감소폭(3.2%)도 커졌다. 기업의 자산대비 현금 보유 비중인 현금자산비율도 2016년 9.3%에서 지난해 7.6%로 3년 연속 줄어들었다.

한경연은 "상장기업 현금성자산의 감소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급감했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102조6000억원으로 2018년 137조7000억원에 비해 25.5% 감소했고 최근 5개년도 중 가장 적은 금액이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줄어든 313개 기업 중 적자를 기록한 기업은 133개로 전체 상장사의 19.4%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부족한 현금흐름으로 인해 투자금을 외부조달에 의존하면서 갚아야 할 순차입금은 증가했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171조2000억원에서 236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4% 증가했다. 차입금은 증가하는데 반해 현금유입은 줄어들어 기업들의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이 1보다 작은 기업은 143개로, 상장기업 5개중 1곳(20.9%)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석기간 중 가장 많은 기업수로 2016년 94개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또한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인 '한계기업'은 2017년 28개에서 지난해 57개로 두배가 늘어났다.

한경연은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이유가 기업들의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해 수익성이 줄어든 탓"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상장기업 매출은 1190조3000억원에서 1151조8000억원으로 3.2%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11조3000억원에서 55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1% 감소했다. 매출액대비 영업이익 비율인 매출액영업이익률도 2018년 9.4%에서 지난해 4.8%로 절반가량 줄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상장기업이 보유한 평균 재고자산은 99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재고자산 증가는 팔리지 않아 쌓인 '악성 재고'로 영업부진과 함께 기업 현금보유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재고가 매출로 반영되는 속도인 재고자산회전율은 11.5회로 2017년 14.3회 이후 2년 연속 감소해 기업들의 재고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평균일수는 2017년 25.5일에서 지난해 31.7일로 2년만에 일주일가량 늘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만성적 한계기업이 증가한 상황에서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인해 한계상황까지 내몰리는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존립의 기로에 서 있는 기업들이 위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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