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일간투데이] 직접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이 모든 정치인을 직접 심판하는 행위가 투표다. 언제나 심판의 주체가 국민이 되어야 민주사회다.

기아자동차가 시흥 소하리에 있던 시절, 유압 계통 정비 하청을 맡기 위해 당시에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키던 라인의 윤활유 재생 작업을 맡았다.

1990년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였는데, 수십 대의 유압기기 라인 전체가 작동 불량으로 멈춰 있었다.

원래는 초록색이었겠지만 작동유 찌꺼기로 뒤덮힌 시커먼 바닥을 닦는 일부터 시작하여 노란 구획선이 드러나도록 청소를 하고 기계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난방도 되지 않는 추운 공장, 물과 융화된 유압유들을 저장탱크에서 걷어 내고 교환했다. 다행히 정비 후 죽어 있던 라인의 오작동이 현저하게 줄어서 그 후로 수년 동안 주말마다 쉬고 있는 유압 라인들을 정비하는 일을 맡게 됐다.

십여 년은 관리가 되지 않은 것 같은 유압기계들을 기아자동차 관리자 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래서 ‘일 좀 맡아 보려고’ 닦기 시작했지만 사흘쯤 되어서 마음을 고쳐먹게 됐다.

일을 시키고 사례를 주는 오너의 마음은 ‘이 사람이 이 일을 맡으면 최소한 나와 같거나 나보다 낫게 처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후로 개발을 맡든, 과제에 참여하든 나의 인건비를 지불하는 분들이 가진 마음은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차악을 뽑는 행위라고 자조하며 대충 투표하기 전에 국정을 맡기면 주인인 내가 낸 세금을 최소한 나만큼 아껴 쓰거나 나보다 더 효용성 있게 쓸 사람을 찾아보아야 한다.

공직자의 재산과 전과기록을 공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재산이 적으면 청렴하고 재산이 많으면 부정하다 거나 전과가 없으면 좋은 사람, 전과가 있으면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인인 내가 국가의 일을 맡기면 최소한 내가 내 안위를 걱정하는 것처럼 고민해 줄 사람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선거에 참여하는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몇 가지 있는데, 표심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 최소한의 안정을 보장해 주는 복지, 평소에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특수 상황에서 오는 군사력 유지 등의 분야가 있다.

지금은 최악의 감염성을 가진 바이러스와 맞서 오늘을 살아내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세상이다.

칭찬을 받지 못하면서도 성실하게 대비해 온 복지 분야는 국난 때면 서로 도와 극복하는 우리 국민의 아름다운 전통을 기반으로 이번 코로나19 감염에 대처하면서 빛을 발했다.

자아도취에 빠진 정부가 장기전략이 없다고 비아냥 대는 언론도 있지만 빌 게이츠나 세계 정상들이 장기전략이 없는 국가의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여 도움을 구할 만큼 할 일이 없겠는가?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을 관련 업체들도, 중소기업부도, 대통령도, 외국 정상들도, 빌 게이츠도 충분히 알고 있는데 언론에서 장기적 경쟁력에 대하여 제대로 알아보지 않아 모르고 있는 것을 ‘없다’고 보도하면 부끄러워할 일이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대한민국이 진정한 최첨단 무기수출 국가로 변모 중인 상황을 국민들이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점은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3월 초 한국산 유도 무기 최초로 미국방부 해외비교시험(FCT)에서 10개의 목표물 10개를 모두 명중함으로써 수출길을 연 비궁은 직경 7센티미터의 로켓에 유도기능을 부여한 세계 최초의 유도미사일로서 미국에서는 한 발 당 3억 원의 생산 단가로 양산이 불가능했지만 국내 기술로 대당 단가 4천만원을 맞추어 양산에 성공한 케이스다.

단순 PCR 공정이 아니라 속도, 집적도, 공정기술 면에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여 빛을 보기 시작했다. 군용 침대 몇 개 설치에 천만 원 이상을 소모하던 기존의 국방산업과는 차원이 달라진 것이다.

외국에서는 놀라운 성능의 유도로켓으로 평가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서해 일대에 수백 척의 공기부양정을 도입하여 수천 명의 북한군을 단 번에 상륙시킨다는 북한의 전술을 단 몇 대의 70mm 다련장 로켓 발사기로 무력화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 대비 군사력이다.

정규전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는 북한이 스스로 자랑하던 장사정포-다련장미사일 분야에서도 밀리자 사정거리라도 늘리는 모양을 갖추고자 올 들어 300mm 대구경 장사정포 발사에 열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드론 및 구형 프로펠러기를 이용한 침투전에도 최고의 드론잡이로 떠오른 K-30 비호복합체계가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90년대 말 첫번째 박사과정 때 기존 미사일의 사파이어 적외선 유도창을 대체할 다이아몬드 적외선 창재를 개발하는 과제에 참여했지만, 당시에는 좋은 적외선창을 만들고 나서 장착할 국산 유도 미사일도 없었을뿐더러 적외선 창을 바꾸어 테스트해 볼 미사일의 가격이 전체 과제비보다 커서 발사 실험은 꿈도 못 꾸었다.

이제는 명품 대전차 미사일 현궁에서 K-9 자주포, FA-50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무기산업의 발전은 자주국방을 넘어 수출 효자 종목으로 자리잡는데 이르렀다.

국방개혁 2.0을 통해 탄생된 제7기동군단은 영국, 프랑스, 독일의 전체 기갑사단을 합친 병력과 맞먹는 전력으로 중국, 일본, 북한을 통틀어 동북아에서 가장 강력한 단일 부대가 되었다.

정부나 사업자 모두 국민의 세금을 엉뚱한 데 쓰지만 않으면, 정부의 도움이 닿는 어느 분야나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국민들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인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은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기자는 특종과 오보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하지만 언론의 신뢰를 깎아내린 것은 있지도 않은 일을 사실인양 보도한 가짜뉴스 때문이다.

오보든 가짜뉴스든 두 단어에는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 대한 언급은 교묘하게 빠져 있다. 특정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가짜뉴스는 위보(僞報)로 따로 분류하여 뉴스 생산자의 책임을 끝까지 물었으면 좋겠다.

민주국가에서 심판은 온전히 국민 몫이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댓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정치를 바르게 보지 못하고, 정치에 침묵하고, 정치를 외면한 댓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고, 그 국회의원이 국민의 힘을 빌어 다른 정당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다. 재임기간에 국회의원이 국민들을 제대로 돕지 못하면 심판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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