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악화 반영 본격화 확인해야
무조건 적인 공포심 벗어나 냉정한 판단 필요

▲ 주가지수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모습(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2200포인트에서 1400대 중반까지 밀린 후 공포감이 진정되며 기술적 반등폭이 커지자 단기 급반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조정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1분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선방한 가운데 코로나19 파장이 본격화되는 2분기 이후 투자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총선을 하루 앞두고 코스피지수는 1.72% 상승한 1857.08으로 마감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지수도 2.28% 상승해 610.29로 마치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전일 미국시장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성금요일(Good Friday)을 기념해 휴장한 가운데, 주말사이 긴급 합의된 OPEC+의 원유 감산량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오전 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하며 시장이 약보합을 기록했으나 오후 들어 기관이 순매수로 돌아서며 시장을 견인했다. 일본 닛케이지수와 중국 상해종합지수도 오전장에서 약보합을 기록하다 오후 들어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개인들은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4291억원, 1687억원 순매도하며 6거래일 만에 매도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단기간에 급등한 주식시장에서 소위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릴 만큼 거침없는 매수를 이어온 개인투자자들이 높아진 지수대에 부담을 느끼며 경계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진다.

전문가들도 추가적인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공포감 완화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동력을 소진했다는 의견을 앞다투어 내놓으며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하인환 연구원은 14일 “정책적인 대응과 기술적 반등에 힘입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코스피가 상승했지만 지금부터는 기술적 반등은 작용하기 힘들고, 상승하더라도 속도가 둔화될 수 밖에 없으며, 조정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30% 이상 폭락했던 5번의 사례에서 1차 반등의 최대치는 29.8%였고, 현재 상황에 대비해 보면 1900포인트에 해당한다”며 “1900포인트 이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있다”고 선결 과제를 제시했다. 신규 확진자수가 정점을 찍었다는 확인, 확진자 증가세의 현저한 감소와 경재활동 재개 여부, 유가의 회복 등이 그가 꼽은 선결과제다.

특히 그는 스마트머니로 불리우는 고객자금이 최근에는 투기성 자금과 혼재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염려를 나타냈다. 전년 말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부동산 규제로 갈 곳 잃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와 저가 우량주 위주의 매수가 일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스마트머니에 섞인 투기적 성격의 자금은 최근 높아진 변동성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3월 중순부터 인버스ETF가 순매수 상위를 기록한 점이나 순매도 상위에 레버리지 ETF가 포함된 것을 그 예로 들었다. 이런 자금은 시장의 변동성 확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주식시장의 반등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우려보다 나은 호실적으로 시장의 충격이 없었지만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하는 2분기부터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14일 현대차와 기아차의 장기발행자등급(IDR)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세계 자동차판매량이 올해 전년 대비 15%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따른 조치다. 피치는 현대차의 자회사인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IDR 등급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 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중이고 S&P도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한 상태다.

미국도 1분기 실적발표 시즌에 접어들며 실적과 배당, 자사주 매입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팩트셋(Factset)이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에 속한 기업의 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1%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는 가운데, 2분기 순이익 하락폭이 21%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 이슈도 향후 시장의 방향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하차한 샌더스가 전일 바이든의 공식 지지를 선언하며 유권자 결집에 나서는가 하면, 한국은 15일 총선의 결과에 따라 경제 정책의 방향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공포 심리에서 벗어나 시장을 냉철하게 바라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유안타증권 정원일 이코노미스트는 14일 보고서에서 “미국은 오락문화 비중이 전체 서비스 소비에서 약 10%, 음식숙박은 7% 수준으로 주요국 대비 높지 않다”며 “오히려 보건 분야는 전체 소비의 약 21%를 차지해 보건분야 지출이 더 증가하면 소비지출을 늘릴 수 있는 요소가 된다”고 지적하며 미국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요 기관에서 전망하고 있는 성장률 전망치 하나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하기보다는 실물지표 확인이 중요한 시점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정 컨센서스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한편 14일 오후 북한이 총선 전날 순항미사일 수발을 발사해 무력 도발을 일으켜 공포감을 조성하는 등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요소가 더욱 늘어나 16일 재개되는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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