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제안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거절하면서 큰 비율로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원해서 주한 미군이 주둔한 것은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 이후 일본을 포함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열강들에 의해 남과 북이 갈렸다. 이념의 파국이 결국 6.25라는 제노사이드 비극을 남긴 이후 남북은 기나긴 분단이라는 질곡의 역사를 써오고 있다.

우리가 원해서 그런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의 노리개로 한반도 특히 한국은 지난 1945년 이후 충견 역할을 해왔다.

미국을 위해서 베트남도 중동도 아프리카도 따지지 않고 참전해서 피를 흘렸다. 미국이 말하는 소위 혈맹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우린 세계사를 통해 미국의 존재를 익히 배웠다. 미국이 성장사 또는 미국 제국 역사를 초등학교 이후 대학까지 정확하게 배우고 또 배웠다.

제국의 흥망성쇠가 어떤 것인가를 우리는 그 세계사 속에서 들여다봤다. 한국보다 미국을 위해 동맹 관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나라는 없다고 본다.

외교든 정치든 미국이 원하면 원하는 대로 지지하고 보답해온 대한민국이었다.

미국이 원하면 무기든 쌀이든 가리지 않고 사줬다. 그런 동맹인 한국에 미국의 요구는 갈수록 태산이라는 속담처럼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이번 방위비 분담금이다.

평택 주한미군사령부 기지는 세계에서 최고 해외 파병 미군 기지로 평가받고 있다. 그 기지는 한반도 평화라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미국의 동북아 최전선 사령부이다. 우리 역사에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다는 명분에 따라 당나라에 파병을 요청 삼국이 통일한 이후 당나라도 신라에서 철수하지 않고 안동도호부를 668년부터 758년까지 90년 동안 두면서 섭정을 해왔다. 우리는 수많은 외침에 의해 국토와 민족이 유린당하는 뼈저린 아픈 역사를 켜켜이 쌓아오며 그 질곡의 가시밭길도 마다하지 않고 걸어왔다. 그 가시밭길에 미국의 모른체도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미국에 애써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가시밭길을 갈고 닦는 반듯한 길로 닦고 있다.

동맹과 혈맹이라는 기치 아래 그 모든 것을 용광로처럼 녹여나가고 있다. 그런 동맹인 한국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는 동맹이 아니라 돈맹이라는 우려를 낳게 한다.

주한미군에 근무 중인 한국인들이 거의 1만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은 이번 달부터 그 1만여명에게 무급 휴직 처분을 내리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더 요구하는 협상 카드로 내세웠다. 별도의 특별 조치가 없는 한 이달부터 주한 미군에게 근무 중인 한국인 군무원들은 급여를 못 받게 된다. 한국인 군무원들은 주한 미8군 사령부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는 무급으로 일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들의 헌신은 한반도 평화를 위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위해 기꺼이 근무지를 이탈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당나라, 몽골, 일본에 우리는 국토와 민족이 유린당한 뼈아픈 역사를 겪어본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와 교전 중인 상황에서도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우리가 쌓아온 모든 역량을 모아서 대응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미국이 요청한 도움의 손길에 기꺼이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의 과한 요구는 우리가 동맹인가를 의심케 하는 과한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제국의 미래는 관용과 포용이지 압박과 분별이 아니라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장사꾼 피가 흐르는 대통령의 뒤끝은 우리도 경험한 바 있다. 세계의 대통령답게 요구보다 세계를 위해 미국이 무엇을 더 내놓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대통령이기를 바란다.

그 길이 제국이 가야 할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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