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자영업 등 소득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정부가 지난 3월 30일 긴급재난지원금 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이를 위한 예산 요청을 국회에 넘겼다.

지난 4.15 총선을 참작하더라도 정부가 발표한 이후 1개월여 가까이 다가오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놓고 여야와 정부마저도 통일된 안이 나오지 않은 체 서로 떠넘기기 논쟁만 이어가고 있다. 국민 전체에게 다 주느냐 소득 하위 70% 기준으로 지급하느냐 등등의 조건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나라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올해 예산 지출구조조정에 이어 추가 예산을 위한 국채 발행 여부와도 맞물려 있어 여야 입맛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

그러는 사이 지난 3월 13일 전라북도 전주시가 전국 최초로 비정규직 근로자와 실직자 등 5만 명가량에 1인당 52만 7000원의 긴급생활 안정 전주형 재난 기본소득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자 강원도, 서울시, 경남, 경기도 등 각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긴급생계비, 재난 기본소득, 긴급생활 안정자금 등 각기 다른 형태의 지원책을 내놨다.

이 같은 형태의 국민 지원책은 우리만이 아니다. 코로나 19 여파로 진원지인 중국부터 주요 국가들이 일제히 긴급재난지원금을 투입 중이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 한 명에게 1000달러(약 120만 원) 이상을 지급하는 1조 2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에 이어 홍콩은 모든 영주권자에게 1만 홍콩달러(한화 약 155만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싱가포르는 21세 이상 모든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소득과 재산에 따라 최고 300싱가포르달러(약 26만 원)의 일회성 현금 지원했다.

정부가 비상경제대책으로 내놓은 소득 하위계층의 소득보전과 소비를 부양시키기 위한 긴급대책으로 나온 게 긴급재난지원금이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마당에 조건을 따지고 여·야·정이 서로 생각이 달라서야 긴급재난이라는 용어 자체가 맞지 않는다.

1개월째 핑퐁게임을 하듯 공만 떠넘겨서야 대책의 의미는 상실될 수 있다. 각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지원금은 실제로 식당과 생필품 이용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선심성이 아닌 밑바닥 경제를 유지하고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소리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나라 살림을 맡은 기획재정부는 지출구조조정이든 국채 발행이든 단순히 소비성이 아닌 무너져 가는 밑바닥 경제를 떠받치고 살린다는 정책의 기지를 발휘해야 할 때이지 여야 간 틈바구니에서 눈치 보는 듯한 태도는 바람직스럽지 않다.

위기 시에 실력 발휘를 해야지 위기 때도 정상적인 정책판단을 고집한다면 그 자리에 맞지 않는다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엄습하는 불안감을 떨치는데 자극제 역할을 해야 할 긴급재난지원금이 심리적 소비회복뿐만 아니라 폐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수많은 업계를 지키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상황이다. 마중물은 물 한 바가지가 펌프를 작동시켜 샘물을 끌어 올리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는 그 뜻인 만큼 긴급재난지원금은 그래서 선제 조치가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만 내놓은 대책이 아니라는 점도 여·야·정이 참고하기 바란다. 이미 주요 각국이 경쟁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우리는 코로나 19 발발 이후 3개월이 지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논의 중이다.

조기 방역에 실패한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은 긴급재난지원금만큼은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긴급 방역에 성공한 우리는 코로나 19가 몰고 온 경제 붕괴 직전에서는 늦장 대응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 19 이후 엄습하는 경제시스템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완전한 코로나 19 극복이란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 19 대응은 방역뿐만 아니라 경제도 코로나 19 이전으로 회복시키는데 정책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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