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이 지난 2000년 6월 평양에서 첫 만남을 한 이후 지금까지 5차례의 정상 간 회담이 있었다. 특히 27일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3차례의 남북 정상 간 물꼬를 튼 2주년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한 선수단을 이끌고 방한한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현 북한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특사 형식으로 물밑 역할에 나선 이후 남북은 정상 간 회담과 북미 정상 간 거침없는 평화협력 협상을 이어간 바 있다.

그로부터 2년째인 27일 통일부와 국토교통부는 남북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동해 북부선(강릉∼고성 제진) 추진 기념식'을 개최했다. 부산에서 출발, 북한을 관통해 러시아, 유럽까지 연결되는 동해선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실현을 위한 핵심노선 중 하나로 현재 강릉∼제진 구간이 단절된 상태다. 남북이 지난 2018년 12월 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까지 열었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하노이 노딜' 여파에 남북 관계마저 얼어붙으면서 후속 사업 논의도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추진하자는 기념식인 셈이다.

지난 2년간 남북 정상은 3차례 그리고 북미 정상도 싱가포르, 베트남에 이어 판문점에서 세차레 만남이 있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올해 들어 남북과 북미 간 소통은 모두 올스톱 된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까지 나도는 등 정작 이해 당사국 간의 대화는 시계 제로인 상황이다.

지금까지 남북한 정상은 만남을 재개할 때마다 맺혔던 매듭을 풀었고 한 단계 한 단계씩 진일보된 상호협력을 다져온 것도 사실이다. 처음 길은 하늘이었지만 두 번째 길은 육로였고 3번째와 5번째에 이르는 길은 결국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상호 교차 남과 북경계를 허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국민은 남북한 긴장 완화, 이산가족 상봉, 남북 교류 활성화 등을 넘어 육로와 철도로 대륙 여행의 부푼 꿈도 가졌었다. 그만큼 남북 간 정상의 만남은 남북 관계의 상징적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소위 ‘죽(竹)의 장막’이라 일컬었던 중국과 미국과의 관계도 외교 밀사 헨리 키신저가 지난 1970년대 초 핑퐁외교를 통해 '죽(竹)의 장막'을 걷어내고 미·중 수교의 산파 역할을 한 이후 지금까지 100회 이상 중국을 찾아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진핑(習近平) 주석까지 만남이 있었다고 한다.

외교사 측면에서 양국 간 신뢰할만한 인물이 나서 교착상태에 빠진 외교 현안을 푸는데 이보다 더 참고할 만한 사례는 흔치 않다. 올해 나이 97세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미·중 간 갈등이 생길 때마다 노구를 이끌고 양국 지도자 간 중재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노회한 외교수완을 발휘해왔다.

우린 남북이 한민족이면서도 지난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너무 쉽게 헤어진 분단의 장막을 여전히 풀지 못한 채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길이 모두 막힌 체 간헐적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따라 빗장을 풀었다 닫기를 반복하고 있다.

근현대사에 독일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였지만 동독과 서독이 하나가 됐고 저 멀리 수단도 해빙 분위기인 마당에 남북은 여전히 만날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그 장막을 걷어내는 만남은 필요하다. 코로나 19가 세상을 격리하는 초유의 사태를 몰고 왔지만 우리는 끊긴 하늘길을 뚫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국가들에 의료물품과 기술인력을 보내고 있다. 하물며 남북 정상이 지금까지 5차례 정상회담에서 합의했거나 추진코자 한 한반도 미래 구상에 더딜 수 있지만, 함께 풀어가야 할 만남은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 시대는 초연결 국가시대라는 것을 이번 코로나 19는 가장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핵보다 더 무섭게 우리 생활을 위협하는 게 바이러스라는 것을 일깨웠고 세계가 함께 대응하지 않는다면 어느 국가도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경고한 셈이다. 세계는 공생을 위해 무한 협력만이 살길이라는 것도 체험 중이다.

핵 문제가 숙제라면 당장 발등의 불인 방역을 위한 협력과 미래를 위한 이미 합의한 남북 도로와 철도연결을 위한 협의는 재개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 정상 간 6차 회담을 기대한다. 우리에겐 시급을 두고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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