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일간투데이]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봄이 왔지만 봄은 오지 않았고, 아직 폭풍 속 겨울에 있는 국가도 허다하다. 그냥 기다려서는 절대로 봄이 오지 않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첫 취임 연설에서 단 하나의 핵심문장은 연설 첫머리의'We force the spring(우리가 봄을 오게 하였다)'이었다.

그의 자서전을 보면 Force the spring은 그가 팀 힐리 목사에게서 받은 팩스의 내용에 감동되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포부의 화두로 삼았던 어구다. 팀 힐리 목사의 팩스 내용은 성경 갈라디아서의'때가 이르매 거두리라'에 근거를 두었던 것으로 회자된다.

그냥 기다리면 오던 봄이었는데, 이제는 더 낮은 감염환경과 더 높은 완치율을 넘어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어야 아무 생각 없이 봄을 즐길 수 있는 생존환경을 맞이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환경은 다차원의 윈도우로 정의될 수 있다. 습도가 낮다면 사람은 영하의날씨와 127도씨의 고온에서 수분 간 견딜 수 있으며, 21~23%의 산소 농도에서는 쾌적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만 산소 농도가 17% 이하로 떨어지면 숨이 가빠지고, 50% 이상의 산소 농도는 산소 중독으로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이런 조건들의 상한과 하한 윈도우에'감염환경'에 대한 고려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안전하게 탑승 가능해? 그 안에 모여도 안전해? 안전하게 학교에 보낼 수 있어? 저희 음식점은 안전합니다. 저희 항공기는 안전합니다. 등등의 문장을 보게 되면 누가 뭐라고 조건을 달지 않았는데도 '안전'이라는 단어에 '감염방지'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살게 된 것이다.

이제 특정 국가로 여행을 가도 입국 가능 여부 외에 이용하려는 항공편에서의 감염은 없었는지, 방문하려는 국가의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현황은 어떠한 지, 방문 대상 도시의 코로나19 상황은 어떤 지를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됐다. 방문자의 주변환경을 이루는 감염 윈도우에 대하여 고려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 회사에서 특정 소자를 개발할 때, 크고 작은 윈도우를 선정하고 이 윈도우의 시작점과 끝점, 최소치와 최대치를 파악한 상태에서 개발을 시작하게 된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예산 윈도우다.

개발을 위해 투입되어야 하는 예산의 최소치와 투자 가능한 최대치의 범위 내에서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여야 한다. 개발하고자 하는 공정도 반도체 라인 안에서 제공할 수 있는 프로세스 윈도우 (온도, 압력, 전원, 장비, 신규 장비 구입 예산, 개발 가능 인력, 공정 가능 인력을 포함)의 범위 안에 있어야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생명체라 보기도 힘든 유전정보 꾸러미인 바이러스가 자기복제를 하는 데도 적절한 환경 윈도우가 필요하다. 극한의 저온이나 고온에서는 자기 복제가 불가능한데,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감염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 입자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의 활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절이 반대였던 남반구나, 항상 더운 열대지방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감염원인 사람이 에어컨디셔닝이 잘 된 실내에서 실내로 이동하며 열손실을 막기 위해 폐쇄적으로 순환되던 기존 대기순환 시스템 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이 잘 되는 윈도우를 파악해서 그 윈도우 바깥쪽 환경을 사람이 생존하기 적합한 환경의 윈도우 범위내에서 구현하는 것이 다음 세대 산업의 근간이 될 것이다.

1차 산업인 농업은 감염 위험을 낮추는 제품 포장과 유통 방법을 찾고 있고, 2차, 3차, 4차 산업에 이르기까지 한바탕 바이러스 감염과의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 정치, 경제, 군사, 사회 전반에 걸쳐 코로나 19, 앞으로 출현할 수 있는 크게 변이된 더 치명적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비하지 않으면 한 순간 여유로운 선진 예방국가에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다른 선진국들과 다를 바 없게 된다.

판데믹 시대의 정치도 이전처럼 상대 정권의 발목을 잡고, 정책의 실시를 막기 위해 지연책을 쓰면 지지자들이 잘 한다고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통의 적인 코로나19가 망친 사회를 회복하는 것은 정쟁 이전의 일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구태를 벗지 못하면 국민들 앞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단체 생활을 피할 수 없는 군의 특성상 군사적 보건은 매우 중요한데, 적군이 세균전을 펼친다 해도 이렇게 치명적이고 감염을 막기 힘들 수 있을까 싶을 수준의 바이러스가 널리 퍼진 현 상황에서는 비용은 좀 더 들더라도 군사적 차원에서 가장 먼저 조직적, 능동적 감염 대처 체계를 마련하는 장을 제공할 수 있는 분야다.

지금까지는 마스크 착용이나 체온 측정,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등의 수동적 방법에 의존해 왔으나, 생활 전반 우리의 손이 닿는 곳 어디든 능동적 감염방지로 바이러스 입자를 줄여 결국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현재 방식처럼 유전자를 증폭하여 진단하고, 치료제를 찾고, 백신을 연구하는 유기화학적 방법은 유기물인 바이러스를 상대하기 위한 정규전이다.

무기화학적 방법부터 물리, 광학적 방법, 반도체 센서를 이용한 진단 방법 등은 유기 바이러스 입장에서 바라보면 비정규전이지만, 우리 인류가 가진 소중한 무기다.

자동차를 구매하고, 집을 계약할 때, 마트에서 먹거리를 집어 카트에 담을 때, 편안한 업무환경 구축을 생각할 때,'안전한가?', '감염을 근본적으로 막는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대두되고 있다.

문 열고 들어가면 안전한 업무/주거환경, 자동차 실내, 실시간 감염원 존재가 확인되는 공공 교통 수단 등의 개발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정보통신 산업의 꽃이었던 모바일 환경이 그랬던 것처럼 이미 한 달에 수만 원 이상의 마스크 비용을 지출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한 세상을 향한 소비흐름이 시작됐다.

이런 산업계의 방향전환은 4차 산업의 흐름을 틀어 바다로 향하게 할 것이며 또한 4차 산업의 발전 방향은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이 가졌던 일상으로의 복귀'가 될 것이고, 누구나 이를 위하여 기꺼이 비용을 지출할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대응으로 코로나19 사태와 맞서'우리는 봄을 오게 할 수 있다. '는 희망을 전 세계에 보여준 우리나라가 '봄은 이렇게 누리는 것이다', '꽃은 이렇게 피우는 것이다'를 보여주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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