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위한 시민운동 타 지자체의 수범사례로 떠올라

▲ 허석 순천시장

[일간투데이 김민재 기자]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에 돌입하면서 세계는 물론 지역 곳곳에 이르기까지 시장 경제가 공포 속으로 내몰리고 있고 그 중 특히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순천시 허석시장은 “당장 물 한 모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물 한 모금을 먼저 드려야 한다”는 철부지급(轍鮒之急)과 조선시대 목민심서에 나온 권분(권분), 부자들의 재물 나눔을 강조하며 코로나 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을 돌보는데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허석 시장의 제안으로 이뤄진‘권분운동’은 이후 각 기관 및 단체들의 참여로 이어졌고, 범 시민운동으로 확산되면서, 타 지자체의 수범사례로 떠올랐다.

■순천시 권분운동이 타 지자체에 모범적인 운동의 사례로 알려지고 있는데 어떠한 계기로 권분운동을 시작한 것인지.

권분이라고 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나눔을 권장하는 것으로, 목민심서에서 제가 가지고 온 말이다.

지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모두들 어렵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움과 넉넉한 사람들의 어려움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부자들이 가진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순천에서 가장 먼저 권분운동을 시행하면 좋을 것 같아 제안하게 됐다.

■언제부터 권분운동을 시작하게 됐나.

1차로 3월 23일 처음 권분상자를 만들었고 4월 6일 2차, 26일 3차 권분운동을 추진해 약 한 달 정도 됐다.

저는 우리 공무원들이 정말 놀랍다. 제가 월요일 간부회의 때 제안했는데 그 주 일요일에 권분 꾸러미 작업이 시작됐다. 월요일 즉 일주일만에 순천 시내에 1000세대에 권분 꾸러미 상자가 전달이 됐다. 저는 이렇게 신속하게 일이 추진될지는 몰랐다.

코로나19는 아시다시피 어려운 시기에 맞춰서 신속하게 지급이 되는 것이 중요한다. ‘칠부지급(轍鮒之急)’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간부회의 때 같이 이야기했다. 목마른 사람에게 당장 물 한 컵이 필요한데 강가에 가서 한참 걸려서 양동이로 한 통을 퍼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목마를 때 물 한 모금을 주는 신속함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순천시청 공무원이 정말 자랑스럽다.

■권분상자 말씀을 하셨는데 상자에는 무엇이 담아져있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상자 작업을 하면서 나도 이런 상자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알찬 구성이었다.

일주일 내지 열흘 정도 가정에서 생활한다면 어떠한 것들이 필요할까에 대해 우리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의를 하고 연구를 했다. 권분상자에 쌀, 라면, 계란, 김, 과일 등등 마스크도 3장씩 넣었다.

“아 이것만 있으면 일주일은 잘 지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알찬 구성으로 1000 상자씩 1차, 2차로 지급했다.

■어떤 분들이 권분 상자를 포장하신건지.

순천시 자원봉사자들이 약 50명씩 팔마체육관에 모여서 밤샘 작업을 했다. 저는 정말 깜짝 놀랐다. “저분들이 과연 본인일도 저렇게까지 열심히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거의 공장 시스템을 방불케 했다.

상자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그분들이 공장 라인처럼 너무 빠르게 작업을 하시니 저 또한 빠르게 맞춰서 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그만큼 그때 자원봉사하신 분들과 우리 공무원들이 헌신적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1000상자씩 두 번 나눠주었다는 말씀이시죠? 그러면 그 상자를 받으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지.

평상시에 우리 순천을 보면 무료급식소 같은 곳들이 있다. 어르신들이 한번에 50~100여 명씩 급식을 매일 드시는 분들이 있다. 이러한 분들은 매일 나와서 식사를 하시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시고 있다.

그래서 그런 분들과 읍·면·동 각 과에서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검토해 추천한 분들을 포함해 총 1000분을 정해서 권분상자를 보냈다.

권분상자 전달 대상자는 크게 변화는 없다. 일주일 단위로 전달하기 때문에 일부 수정된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의 변화는 없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분량으로 이번에는 3차를 준비 중에 있다.

■권분운동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된 것인지.

권분운동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부자들이 나눔을 하는 것이고 목민심서에 보시면 수령이 재난을 당했을 때 부자들에게 나눔을 권장했고 부자들이 나눔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까지 이야기를 써놨다.

순천에서 각계각층에서 고마운 성금들이 모였다. 이 성금들을 모아서 우리가 권분운동의 재원으로 사용한 것이다.

■참여하신 분들은 어디어디에서 오신건지.

각 계층에서 참여해주셨다. 각 기업체, 도매상 업체, 자원봉사자 분들 특히 저는 ‘순천시약사회’ 분들을 칭찬하고 싶다.

약사 분들이 마스크를 파는데, 그 때는 오히려 본인의 업무를 못할 지경이었고 마스크를 팔면서 욕도 많이 먹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마스크를 팔아서 생긴 마스크 판매금액을 모아서 권분운동에 동참해 주셨다.

■시장님께서 직접 만나러 다니시면서 권분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시는 건지.

아닙니다. 저는 그런 방식은 좋아하지 않다. 대신 중앙부처 장·차관들이 한 것처럼 4개월 급여의 30퍼센트인 1000만원을 성금으로 냈다.

그런데 이것을 보고 순천대 총장께서도 500만원을 성금으로 내시고 계속 이어져서 지금도 계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순천 시민분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권분운동에 참여한 단체나 기업들에게 어떻게 권분운동 참여의 뜻을 전한건가.

사회 각계각층에서 권분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자료, 뉴스 등을 통해 연일 보도가 됐다. 이것을 보고 많은 시민분들이 자발적으로 권분운동에 참여의 뜻을 전을 전한 것이다.

저는 좋은 일을 하신 분들이 더 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좋은 일을 하신 분들, 예를 들어 순천시약사회 분들에게 어떠한 어려움이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리려고 하고 있다.

또한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업에게도 애로사항이 발생한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다.

■지금 3차 권분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여하게 될지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한 두 곳씩 하다가 지금은 하루에 몇 팀씩 오고 있다.


또한 만나서 저한테 기부하는 분들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어서 현재 수십 개의 단체가 참여의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분들의 고마운 뜻을 빠르게 작업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특히 죄송한데, 이 분들이 매우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헌신적으로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이 분들 스스로도 마음의 즐거움을 얻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허석 순천시장

■앞으로 권분꾸러미 상자가 1000상자에서 더 늘어날 계획이 있는지 언제까지 하는지.

1000상자보다 지원 대상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의미가 아니니 점점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1000상자는 당분간 유지할 생각이다.

제가 권분운동을 이번에 해보고 뿌듯함을 느꼈다. 순천시민, 기부하시는 분들 모두 너무 대단하다. 또 자원봉시하시는 분들도 너무 대단하고 또 이것을 속전속결로 밤낮없이 일해준 우리 공무원들도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재난 상황이 아니더라도 평상시에도 부자들이 조금씩 나눔을 행하게 하고 이렇게 모인 금액을 정말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면 얼마나 살기 좋은 따뜻한 도시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는 권분운동을 순천시의 대표적인 나눔 운동으로 지속시킬 생각이다.

■어려울수록 함께 이겨내자고 하고 있는 것인데 함께 하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나.

과거 선인들의 행적을 살펴보면 어려울 때 서로 도왔던 삶의 모습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순천시에서도 시와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28만 순천시민이 하나가 되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분꾸러미 상자 자체는 5만원 상당이니 이 자체가 대단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것을 가지고 일주일 내지는 열흘 동안 가정에서 이 상자들 열어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에게는 얼마나 값진지. 또 이 상자를 만들 때 자원봉사자들의 마음가짐은 어땠을까. 그래서 저는 이러한 자원봉사도 계속 확산시킬 생각이다. 그래서 순천시가 자랑할 만한 운동이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이왕이면 다른 도시로 퍼지면 좋겠지만 굳이 권분이라는 표현을 안 쓰더라도 다양한 표현을 통해서 이 가치가 우리 대한민국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권분상자 꾸리는 모습

■권분운동 외에 순천시가 추진한 민생 안정시책은 무엇이 있는지.

순천시는 그밖에 3월에 전국에서 최초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영업부진, 휴페업, 실직위기에 처한 어려운 시민들을 돕기 위해 긴급생활안정 지원금 103억원을 투입했다.

또 4인 기준 50만원을 지급하는 지원금을 4만3000세대를 대상으로 신청자를 접수받아 180여 가구에 순천사랑 상품권을 지급했다. 시는 대상자가 누락되지 않도록 홍보에 만전을 기하고 보다 빠른 지급을 위해 인력을 보강했고, 신속히 지급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대책은 무엇이 있나.

시는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명절시에만 10%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하던 순천사랑상품권의 할인율을 10%로 확대해 소비 심리위축 해소 및 지역상가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1만2250개소에 업소당 최대 30만원까지 공공요금을 지원했다.

이와함께 상하수도 요금 50% 감면, 소상공인 이자대출, 착한 임대료 운동, 그밖에 확진자의 동선 공개로 손님의 발길이 끊어져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업소들을 직원들이 조를 편성해 점심, 저녁시간을 이용하는 착한소비 릴레이 운동을 펼치며 지역경제 회복에도 힘쓰고 있다.

또, 하반기 1만2000가구에 90만원씩 총 120억원 지급 예정이었던 농업인 공익수당도 4월로 지급을 앞당기고 현금이 아닌 순천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 경제 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계했으며, 코로나19 사태 극복도 중요하지만 이후 지역경제 조기 회복과 시민생활 밀착형 지원 방안 마련에 주목해‘순천형 뉴딜정책’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순천시가 대구 경북의 지역민을 돕기 위해 힘을 보탰다고 하던데.

특별재난지역으로 큰 어려움에 처한 대구·경북 지역을 돕기 위해 우리시 대표특산품인 매실원액 스틱파우치 소포장 1만박스를 작업해 보냈다.

매실원액은 순천시에서 재배된 매실을 이용해 가공한 제품으로 면역력 향상과 향균·해독작용에 효과가 있어서, 코로나예방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또한 의료시설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대구지역 코로나19 경증환자 30명이 순천의료원으로 이송돼 왔을때는 순천시민의 온정과 넉넉한 인심으로 환자들이 하루 속히 완쾌될 수 있도록 쾌유를 도왔고 9일만에 완치자가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환자들을 환송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순천시 만의 독특한 비대면 서비스행정이 있다면 무엇인지.

우리 시는 매년 봄 국가정원을 장식했던 튤립 알뿌리를 분양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비대면 방식으로 분양했다.

지난 21일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드라이브 및 워킹 스루 방식으로 진행된 튤립 알뿌리 희망나눔 행사에는 시민과 방문객 등 5000여 명이 개화기가 끝나고 캐낸 튤립 알뿌리 8만여 개를 분양 받았다.

우리의 삶 속에 반려동물 뿐 아니라 반려 식물이 주는 긍정 효과도 매우 높다. 이번에 나눈 튤립 알뿌리가 순천의 거리와 가정마다 피어, 꽃과 나무가 어우러지는 도시의 밑거름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난 13일부터 휴관 종료 시점까지 시민들의 독서욕구 충족을 위해 드라이브 및 워킹 스루 방식으로 도서대출 예약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는 삼산·연향·기적·조례호수도서관 주차장에서, 워킹 스루 서비스는 신대도서관 승강기 앞에서 각각 진행된다.

이외에도 육아종합지원센터 휴관에 따라 지난 16일부터 워킹스루 방식으로 아이들의 가정양육과 실내 놀이 활동에 필요한 장난감을 사전예약을 통해 빌려주는 사전예약 대여제를 시행하고 있다. 예약 대여제는 코로나19 종료시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회원을 대상으로 하루 30명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순천시립합창단은 지난 16일 무관중 공연 방식으로 방구석으로 찾아가는 공연 '힘내라 대한민국, 힘내라 순천'을 녹화했다. 이 영상은 지난 23일 순천시가 운영하는 유튜브와 밴드, SNS 등을 통해 송출됐고 현재까지 1000여 명이 시청하는 등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비대면 행정서비스를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와 사회 활동을 독려할 계획이다.

■순천의 대표적인 시민운동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

건물주들이 코로나 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차인들에게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감면하는 '착한 임대료' 운동을 펼쳤다.

역전 시장에 건물을 소유한 A씨는 이번 달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했고 조례동의 B씨는 임차인 3명에게 3개월간 임대료를 50% 감면해주기로 했으며 연향 3지구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C씨와 터미널 인근의 한 건물주도 임대료를 20% 깎아주기로 했다.

이러한 시민운동을 적극 권장하기 위해 순천시에서는 '착한 임대료' 운동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임대료 인하율과 인하 기간에 따라 임대자의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또한, 전통시장과 씨내몰 등 공공시설 임대료도 줄여주거나 납부를 유예하고, 이에 상공회의소와 소상공인연합회, 상인회 및 이통장연합회, 주민자치위원회, 바르게살기위원회 등과 간담회를 열어 상가 임대료 인하에 동참했다.

더불어 2~ 3월의 졸업과 입학 성수기를 놓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화훼농가와 화원을 지원하기 위해 ‘봄꽃 사주기 시민운동’을 추진 중이다.

'봄꽃선물하기 시민운동'은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화훼 소비를 촉진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봄나들이가 어려운 시민들에게 화사한 봄꽃을 선물하는 운동이다.

화훼관련 단체들과 연계해 공공기관의 업무공간에 꽃(화분) 비치 및 각종 기념일, 생일축하 선물로 봄꽃 선물하기 등을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읍·면·동과 협조해 아파트 및 다세대 주택 등 생활주변 꽃 가꾸기, 상가(카페 및 음식점) 테이블에 꽃병도 비치하는 내용을 홍보하는 등 순천의 정원문화도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시청 공직자들부터 ‘1 table 1 flower 운동’ 전개와 참여자 SNS 올리기 등을 통해 화훼소비 촉진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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