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밀집과 밀폐된 공간을 찾는 숙주자들을 매개로 세계 곳곳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퍼붓게 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 이미 수만 명의 사망자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는 소통과 교류라는 산업혁명 시대 이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단절의 시대까지 몰고 왔다.

지난 1월 20일 대구 신천지 교회로부터 퍼진 코로나 19는 발발 3개월여 만에 한때 국내 지역감염자가 ‘0’이라는 수세에 몰리는 듯했으나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연휴 이후 이번에는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들로 다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방심하면 어느 때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은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것을 그동안 수차례 보여줬지만, 감염자들은 보지 못했다.

용인 66번째 확진자는 국내 중견 소프트웨어 티맥스 직원으로 이번 지역사회 집단감염에 실마리를 제공한 인물이다. 젊음을 발산하려는 취미와 호기심이야 누가 탓하겠는가마는 본인이 스스로 발열과 이상 증상을 느꼈다면 먼저 병원과 지역 보건소를 클럽 이전에 찾았어야 했다. 명색이 마이크로소프트사 컴퓨터 운영체계인 윈도를 대체하겠다는 기치를 내건 정보통신(IT)기업인 티맥스 대처도 내부 직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폭로하고서야 건물 전체를 폐쇄하고 재택근무와 1500여명의 전 직원의 검사를 시행하겠다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IT기업이자 SNS의 큰 축의 하나인 구글과 페이스북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연말까지 연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까지 이어갈 것이라는 소식에도 티맥스 경영진의 이번 대처는 정교하지 못한 IT기업임을 스스로 드러낸 사태이다.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바로 그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19는 그 규모와 피해가 천문학적이라는데 있다. 적어도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세계적인 단절시대에 감당해야 할 피해는 날마다 새로운 기록을 경신 중이다.

지난 1월 20일 코로나 19 첫 확진자 이후 정부가 내놓은 비상경제대책 규모만 240조 원 규모이다. 정부만 그렇다는 것이고 개인을 포함한 기업 등 민간부문까지 합치면 천문학적이다.

이 와중에 이태원 클럽들이 마치 신천지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것처럼 지난 연휴 기간 수천 명에게 코로나 19 숙주자들을 양산했다. 용인 66번째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을 전전하면서 확산시킨 클럽 이용자들이 연휴를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전국 곳곳에서 다양하게 확진자로 나타나고 있다. 클럽 성격상 대부분 젊은이들로 신천지 교회와는 다른 다양한 직업군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9일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하루 평균 30명의 지역사회 감염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19는 어쩌면 우리 방역 당국에 다양한 대처 모형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획일화된 동선에서 이태원 클럽처럼 다양한 동선에서 발생하는 방역 실험을 요구하는 듯하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방역 대상이 나라는 점이다. 나 자신을 방역하지 않으면 내가 곧 숙주자로 타인들에게 균을 퍼뜨리는 살인 바이러스라는 사실이다.

격리 해제는 늘고 사망자는 줄어드는 가운데 지역사회 집단 감염자 확산은 다시 우리에게 내가 먼저 스스로 방역당국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하고 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의 방역지침은 결과적으로 내가 이탈했을 때는 어느 때든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이태원 클럽이다.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그 피해를 수치로 환산하는 계량화가 나오고 있는 만큼 방역 선을 이탈하는 기업과 개인 누구도 이제는 그 가해의 징벌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공동체를 지켜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마저 이탈한다면 말이다.

비대면과 대면해야 할 상황이 각자 저마다 다른 만큼 어느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지만, 클럽과 같은 밀집과 밀폐된 공간에서 대면하는 장소라면 이번 기회에 더욱 엄격한 방역지침을 요구해야 한다. 신천지는 폐쇄하고 클럽 등을 내버려 두는 우를 범해서는 어느 때 다시 또 다른 방역 선이 뚫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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