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일간투데이]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는 가운데 교육부는 유치원및 초중고 등교수업을 또다시 1주일씩 연기하기로 했다.

초중고 온라인 개학이 4주차이고, 대학의 원격 비대면 강의는 9주차를 넘어서고 있다.

힘든 시간을 꿋꿋이 이겨내며 우리는 인류가 역사를 기록한 이래 처음 겪는 한 학기의 마무리를 향하여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손에 들려진 것은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서의 교육’이라는 문제지의 답안지다.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선생님들과 교육 당국자 모두가 힘을 합쳐 이 답안지를 한 줄 한 줄 채워 나가고 있다.

집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감당해 내는 어머니들과 또한 그렇게 옆을 지켜줄 수도 없는 안타까움을 안고 현업 현장에 있어야 하는 부모님들이 이 답안지를 써내려 가는 펜을 쥐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한 학기의 어려움을 통해 새로운 교육의 방향에 대한 많은 경험이 공유되고 축적되는 것이 학부모님들의 고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길지 않은 사회생활을 통해 ‘실패한 것보다 배운 것이 많으면 절대로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는 기준을 마음에 두게 됐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을 포스트 판데믹 정책의 방향타로 제시한 시점에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감염으로 새로운 확진자 증가의 어려움을 마주하게 됐다.

한국판 뉴딜의 근간은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이다. 신성장 산업이라 불리는 분야가 노동집약적이기보다는 기술집약적 분야이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이라는 단서는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이상에 불과한 모토로 보일 수 있다.

90년대 중반에 지리정보시스템(GIS)의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국가의 기밀정보이기도 한 지도의 전산화 작업이 진행되었다. 당시에는 이미지를 자동 인식할 수 있는 도구가 없어서 지리관련 학과의 대학원 연구실 어느 곳에서나 마우스 끝부분에 투명한 십자 포인터가 달린 디지타이저로 지도의 각 부분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는 대학원생들을 볼 수 있었다.

수년 간 지속된 GIS 정보 수요로 많은 회사와 연구기관이 유지되었고, 사람의 손끝에서 발생된 디지털 정보가 네비게이션 시장의 단초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각종 도서관 서지 정보들도 마이크로 필름화 되었다가 전산화 되는 과정에서 많은 대학생들이 인쇄물을 받아와서 디스켓에 정보를 담아 제출하고 용돈을 벌었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건물 내 3D GIS 정보와 같이 디지털 정보로 바뀌는데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있다.

최근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 증대에 따른 노조와의 갈등은 이에 대한 역설적 접근 방법을 제공한다. 지난 해 6만대에서 2025년 56만대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차는 현재보다 40% 정도 적은 인력으로 생산량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조 측에서는 5년 내 정년퇴직 인력 30% 내외를 감안하여도 무리한 감원이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 맘에 들고 보수도 적당하고 그래서 은퇴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누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절반 정도 개수의 부품을 사용하는 전기차 생산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엔진 관련 조립 인력이 필요 없는 분야다. 해당 직종이 전기차 라인에서는 사라진다는 의미다.

가장 좋은 실업대책은 일자리 창출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특정 직종이 사라지고 또 새로운 직종이 생겨나면서 평생 10 ~ 15개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다.

이전 직종에서 축적된 경험에 새로운 지식을 더하여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경험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하여야 할 일 중 하나다.

특정 직종에 필요한 직능을 국가가 보장해 주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의 폭을 넓히고 구인구직 포털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학벌보다는 필요한 직무능력과 가지고 있는 직무능력 사이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현재 가진 경력에 한두 가지 추가적인 직무능력을 구비하면 다른 직종으로의 취업을 우대하는 방법도 NCS의 활용에 포함되었으면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강의준비로 10주를 보내며 드는 생각은 이런 전국적 교육 인프라의 개방성이 더 높아지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IT 분야뿐만 아니라 기계, 소재, 화공, 생명공학 분야 전반에 걸쳐 제조업 기반이 강화될 국가의 미래를 감당할 인력이 온라인 공교육으로 배출되어야 한국판 뉴딜의 궁극적인 목표인 ‘일자리 창출’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온라인 교육을 받는 것만으로도 커리어가 인정될 수 있는 국가적 교육 인프라는 이미 갖추어 졌고, 누구나 검증된 교육을 통하여 재직기간에는 이직의 기회를 제공하고, 직업이 바뀌는 휴지기간은 실업이 아닌 실질적인 업그레이드 기간이 되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이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됐다" 라고 언급한 제조업 분야인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꽃피운 분야에 대한 고용보험 대상 확대 수준이 아니라 전면적인 지원의 언급이 빠진 것이 아쉽다.

바로 예체능, 창작 분야다. 사회적 격리기간 동안 소리 없이 미국 클래식 빌보드 차트에서 6주 동안 1위를 차지한 연주곡은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다. KBO는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되기 시작했고, K-리그는 36개국에 중계되기 시작했다. 네이버 웹툰은 이미 지난해에 구독자 천만 명을 넘어섰다. K-POP의 선전이 무색할 정도다.

높아진 국가 신인도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빛나게 하려면 세계인이 우리의 문화를 즐기고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전, 역사, 철학, 미술음악을 망라한 인문학 전반에 걸친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

고대 스파르타에서 현대 미국사회에 이르기까지 궁극의 전투력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은 인문교육이었다. 연주를 즐기는 엔지니어, 그림 그리기를 사랑하는 물리학자 등 자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급 권위자라 불리는 대가들이 여가시간에 예술활동에 깊이 빠진 것을 자주 보았다.

비대면 수업 기간 동안 대면수업이 교육의 기본인 예체능 분야는 교육시장 전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이제는 세계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문화를 즐기고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이상한 밤문화, 해괴한 종교의 성행으로 바이러스 감염자가 늘어나는 국력 낭비 상황은 제대로 된 이성의 미비, 제대로 된 아름다움에 대한 소비를 가르치지 못한 데서도 비롯된다.

기술개발과 일자리 확보를 위해 우리가 놓쳐왔던 올바른 마음가짐, 높은 판단력,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를 힘써 가르쳐야 높아진 국가의 위상을 감당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교육의 개방성을 높여서 누구나 원하는 대학의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교육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이를 검증하는 검증기준을 실무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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