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이번 삼성과 현대차 간 협업은 우리 재벌사에 새로운 모형을 만든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지금 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를 포함한 중국 BYD 등이 기존 자동차 산업의 선두주자들을 맹추격 중이다. 이 경쟁은 더욱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어서 이 경쟁에서 밀리면 자동차 산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경쟁의 핵심은 바로 휘발유와 등유가 아닌 오래 달릴 수 있는 배터리 수명이라는 점에서 삼성과 현대는 절묘한 협업 가능성을 찾았다고 본다. 삼성 외에 LG와 SK이노베이션도 세계시장을 무대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이들 재벌이 국내 기업과 다양한 형태의 협업 가능성도 점쳐진다.
자동차용뿐만 아니라 소형 자전거부터 대형 트랙터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전기 배터리를 분업화하는 협업시스템을 만들어간다면 공급과잉도 해소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경쟁이 아닌 협업의 희망은 지난해 일본이 반도체 핵심부품의 한국 수출 규제 때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에서도 답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번 코로나 19사태 때도 삼성 등이 마스크 공장 중소기업의 제조설비 혁신 지원 사례에서도 찾았다.
이번 양 그룹 총수와 경영진이 만나는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800㎞에 이르는 전고체전지 혁신기술을 현대차에 선보인다고 한다. 기존 휘발유와 경유 차량도 한번 주유로 800㎞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또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는 우리 속담처럼 비경쟁이면서 협업하면 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 총수가 핵심 참모들을 배석시켜서 갖는 이례적인 현장 방문이라는 점에서 여타 그룹과 기업에도 퍼지기를 기대한다.
중국도 공급 과잉과 경쟁에 따른 부실 우려로 국유기업을 강제로 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펴는 점을 우리 기업에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정부가 칼을 빼 들었지만 우린 부실에 따른 사후처리를 정부와 채권은행이 떠안는 동안 수많은 일자리도 허공에 날려야 했다.
삼성의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가 현대기아차에 공급되는 비대칭에 따른 경쟁력이 이렇게도 높일 수 있구나 하는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서 여타 산업계에도 불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모험은 시도하면 표준이 될 수 있다. 창업자 시대를 넘어 3세대 4세대들이 선대 때 꿈꾸지 못했던 모델을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국내 재벌사의 또 다른 성장사가 엿보인다.
최종걸 주필
jgchoi62@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