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

[일간투데이] 2018년 이후 수도권과 서울 중심으로 새 아파트 입주가 대거 몰리는 가운데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되었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지 못한 집주인들을 잔금을 충당하기 위해 주택을 전세 놓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그동안 주춤했던 전세계약건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전세비중은 60% 가량으로 두 집 가운데 한집 이상은 전세로 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전세계약기간이 끝날 때 일어난다. 전세계약 만료시기에도 자금력이 부족한 집주인들은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야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다'며 그때까지 마냥 기다리라고만 한다. 계약기간이 끝난 임차인은 발만 동동 구를 뿐 전세금 돌려받기가 힘들어 필자를 찾아 질문한다.

"전세계약이 끝나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주지 않아요. 기다리는 것 말고 방법이 없나요?"

필자는 이런 월세나 전세 보증금을 받을 사람들에게 “기다리지 마세요.”라고 조언한다. 이 질문은 하는 사람들 중 십중팔구는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의무가 무엇인지 모른다. 계약기간이 끝나서 전세금을 받는 것은 세입자의 권리다. 반대로 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전세금을 내주어야 하는 것은 집주인의 의무다. 기다릴 일이 아니라 조치를 취할 일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일어난다. 집주인은 ‘돈이 있어야 전세금을 돌려줄 것 아니냐’며 도리어 호통을 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럴 때 세입자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기다려야 하는 줄 알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니다. 계약이 끝났는데도 전세나 월세보증금 돌려받기가 안 되는 상황은 임대인의 약속위반이다. 이 때는 ‘지체 없이 돈을 돌려달라’고 강력하게 주장 하는게 맞다.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은 집주인의 사정일 뿐. 법은 계약만료일에 돌려주라는 취지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금반환소송 상담자에게 이런 설명을 하다보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그럼 무조건 전세금반환소송을 하란 말씀이신가요?"
아니다. 처음부터 전세보증금반환 소송을 하면 필요 없는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소송비용 뿐만 아니라 전세금반환 시간도 많이 낭비된다. 소송은 현실을 반영하여 현명하게 대처해 가야 한다. 전세금반환소송을 염두에 두되, 소송을 하지 않고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전세금을 돌려받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첫 번째로 전세금반환 내용증명을 발송해야 한다. 전세금반환 내용증명서는 현실에서는 심리적 압박효과가 있다. 큰소리만 치던 집주인도 내용증명을 받으면 일단 주춤한다. 특히 변호사 이름으로 발송된 내용증명을 받으면 ‘소송이 시작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세금을 돌려주는 문제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소송 없이 내용증명만으로 전세금을 돌려받은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또한, 소송이 실제로 시작되어도 내용증명은 재판에서 증거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가치가 높다.

두 번째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해야 한다. 특히 전세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사를 가야 하는 때가 있는데, 이 때는 반드시 임차권등기명령을 하고 나가야 한다.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한다는 것은 집주인이 돈이 없다는 뜻인데,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때 임차인(세입자)의 지위를 유지 하지 못하면 경매에서 우선순위가 밀려 돈을 못 받을 확률도 높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이사를 가더라도 대항력이 유지된다. 쉽게 말해 경매에서 돈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임차권등기명령 또한 내용증명처럼 심리적 압박효과도 가지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등기가 되기 때문에 임대인(집주인)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임대인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야 전세금을 받은 후 나가는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는데, 임차권등기가 되어 있으면 새로운 세입자를 찾기 힘들어진다. 때문에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다.

필자의 경험은 이 단계에서 전세금을 돌려받는 경우도 많았다. 집주인은 다음단계가 전세금반환소송 인줄 알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돈을 돌려주려 애쓰는 것이다. 만약 전세금반환소송까지 진행된다면 소송비용까지 집주인이 모두 떠안게 되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다. 이 부담을 벗어나고자 돈을 돌려주려 애쓰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전세금반환소송을 하는 것이다. 내용증명도 임차권등기명령도 통하지 않는다면 남은 것은 전세금반환소송 밖에 없다. 지급명령을 하는 방법도 있으나 집주인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자동으로 소송으로 넘어간다. 실제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요 없는 기간낭비를 하지 않기 위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집주인이 갭투자자인 경우나, 처음부터 시세파악을 못하고 전세계약을 한 경우는 나중에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런 경우는 위에 설명한 방법들도 잘 안통하는 때가 많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전세계약은 처음부터 확인을 잘 하고 해야 한다.

정리를 하자면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마냥 기다리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소송부터 할 일도 아니다. 내용증명과 임차권등기명령으로 현실적인 해결점을 찾아보고, 해결이 안 되면 전세금반환소송을 진행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전세금반환소송 전에 돈을 받는 방법은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과 '주장'을 해야 하는 상황을 정확히 구분하고 현명하게 대응해 가야 한다. 기간이 끝났는데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은 돌려달라고 '주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률에 근거하여 내용증명과 임차권등기명령 등으로 합리적으로 주장하면 소송에 이르지 않고도 전세금을 돌려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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