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세계적인 반도체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의 화웨이 때리기가 한층 더 옥죄는 상황이다. 이래도 백기 투항 안 할례냐는 식이다. 2년 전 화웨이 창업주 딸이자 재무책임자를 캐나다 출장길에 체포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산 반도체의 화웨이 판매금지와 함께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사용된 반도체도 화웨이에 판매할 경우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세계 통신장비 점유율 1위가 바로 중국 화웨이다. 우리나라 LG가 5세대 이동통신(5G)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 시에도 바로 화웨이 통신장비를 채택한 바 있지만, 우리나라 뿐만 아니다. 미국은 물론 유럽 등도 5G 상용화에 화웨이 장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화웨이는 5G 통신장비에서 기술, 생산, 판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5G 통신망은 4차산업혁명을 여는 고속도로 같은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고속도로를 누가 먼저 내느냐에 승부수가 결판나는 셈이다.

미국이 왜 굳이 중국과의 무역 및 관세전쟁 중에 꼭 집어서 화웨이만을 옥죄게 하는지는 바로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정보통신(IT) 산업에 어떤 식으로든 화웨이가 판치는 꼴을 못 보겠다는 절박함이 묻어있다고 본다. 2000년대들어 중국은 미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IBM의 중국 시장 점유율을 점차 줄여나가면서 바로 그 자리를 자국의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로 전면 대체를 넘어 역으로 미국과 유럽으로 시장개척에 나서 지금은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화웨이를 키운 건 미국을 포함한 세계 IT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 기지화였다. 미국이 자국의 통신장비산업을 아시아로 이전해 버려 세계적인 통신장비회사가 전혀 없는 가운데 휴대전화를 포함한 통신장비까지 중국에 의존하지 않으면 기존 망 자체도 보수유지가 안 될 판국이다.

중국이 이번 코로나 19 발원지이면서 발 빠르게 이를 추적과 봉쇄 그리고 차단을 할 수 있었던 것은 5G가 숨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반도체와 통신장비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이미 밝힌 바 있다. 그 때문에 미국 처지에서는 화웨이를 잡지 않으면 미국의 5G는 물론이고 4차산업혁명의 기반에 뒷북 신세가 될 수 있다. IT산업의 뒷북은 영원한 꼴찌로 존재감이 사라질 수 있다.

이미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삼성전자가 일본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생산, 조립검사 기술을 도입해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는 물론 스마트폰 등에서 일본 전자업체의 존재감을 사라지게 했던 전례가 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화웨이만을 죽이려고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통신장비 세계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스마트폰 세계 2위인 화웨이의 치명적인 약점은 반도체이다. 삼성을 포함한 인텔 등 외부 반도체회사로부터 공급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가 없다면 화웨이 통신장비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미국은 간파하고 중국이 반도체를 자체 기술로 자급자족하기 이전에 싹을 잘라 4차산업혁명의 선도국 길을 봉쇄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통신용 반도체의 세계 1위는 미국의 퀄컴이지만 화웨이가 기술, 가격, 성능에서 부동의 1위라 미국 통신회사 역시 가성비 좋은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회사들을 압박하면 당장 화웨이 장비 빼거나 보수 유지가 안 되면 미국통신산업도 삐 끄덕거리는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 때문에 엄포를 놓고 있지만, 실행 유예 조치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미·중 반도체 및 통신장비 규제와 공방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의 자체 기술 보유에 대한 열망과 집념으로 볼 때 자급자족 시대도 멀리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외국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공장 신설과 증설을 지원하는 한편 자국 기업의 반도체 자체 설계와 생산에도 수백조 원의 기금과 펀드를 조성해서 자립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도 당장은 미·중 반도체 공방이 순풍으로 작용할 수 있어도 머지않아 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미·중 반도체회사들과의 생존경쟁에 휘말릴 수 있다.

IT산업의 주식인 쌀이라는 각국의 반도체 경쟁은 어쩌면 코로나 19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