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기 싸움을 넘어 상대방을 향한 삿대질의 수위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형국이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이자 국정 목표를 밝히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이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하겠다고 밝히자 미국이 강력 반발 수준을 넘어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22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연례회의의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이런 계획을 밝히자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리커창 총리는 홍콩과 마카오에 대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지키되 국가 안보를 위한 법률 및 집행 체계를 만들어 이들 지역이 헌법상 책임을 다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리커창 총리의 국정 목표에 대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 시각)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시 대중국 제재를 재차 경고하며 법 제정 추진 중단 압박수단으로 홍콩 특별지위를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의 입법 추진이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 강행 시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 재평가를 통해 철회할 수 있다는 취지다. 미 의회에서도 중국 관리와 단체를 제재하는 법안이 초당적으로 추진되는 등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나온 발언이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가지고 홍콩을 기본적으로 장악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홍콩과 중국에 부과되는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은 지난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근거해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에도 중국 본토와는 다른 특별한 지위를 홍콩에 인정하고, 무역, 관세, 투자, 비자 발급 등에서 중국의 여타 지역과는 다른 특별대우를 부여해 왔다.

하지만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중국이 장악하면 홍콩은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서 남을 수 있을지 알기 힘들다며 전 세계 회사들이 홍콩에 남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입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례적으로 미·중 간 '신냉전'이라는 말을 꺼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 자리에서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미국의 일부 정치 세력이 중미 관계를 이른바 '신냉전'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위험한 방법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으로 양국 국민이 다년간 쌓은 협력 성과를 망칠 뿐만 아니라 미국 자신의 발전을 해친다고 맞받아쳤다.

미·중 무역갈등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이후 대중 반도체 제재에 이은 홍콩 문제까지 격화일로의 미·중 간 형국을 빗대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례적으로 미·중 간 '신냉전'으로 규정한 셈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오늘의 중국은 100년 전의 중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미 양국이 힘을 합치면 서로 이롭지만 싸우면 서로 다친다고 말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던졌다.


신냉전이라는 표현의 어원을 거슬러가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양극체제 하에서의 사회주의진영과 자본주의 진영 간의 정치 ·외교 ·이념상의 갈등이나 군사적 위협의 잠재적인 권력투쟁을 뜻한다. 그 어원은 미국의 평론가 W.리프먼이 지난 1947년 저술한 ‘냉전 The Cold War’이라는 논문에 처음 등장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미 사라진 냉전이라는 용어를 다시 ‘신냉전’으로 끄집어냈다. 그만큼 미·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군사적으로는 미국을 봐야 하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상호의존적인 우리로서는 전혀 달갑지 않은 대결상황이다.

대국이 삿대질을 넘어 주먹다짐으로 가는 모습은 초연결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 모두에게 근심과 걱정만 안겨주는 대국답지 못한 처사다. 해법을 모색하는 대국의 지혜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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