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영섭 선임기자] 흔히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4계절 중 가장 살기 좋다. 신록은 우거지고 온갖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다. 이런 5월의 마지막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떠오른다. 올 5월에 수 차례 숨가쁘게 이어진 그의 행동과 메시지는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무엇보다 ‘5월처럼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대국민 선언문에서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전격 선언했다. 또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국가대표 1등 기업이자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기업지배구조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부터 일주일 지난 13일, 이 부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난다.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회동은 이 부회장이 정 수석 부회장을 충남 천안의 삼성 SDI 사업장에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재계 1,2위 그룹 최고 수뇌부 사이에서 ‘직접 초청’과 상대방 사업장 ‘직접 방문’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구내식당에서 점심도 함께 했다. 그 동안 선두를 다투며 끊임 없이 경쟁해온 삼성과 현대. 두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손을 잡는다면 한국 기업사의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어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8일, 이번에 이 부회장은 중국행에 몸을 실어 국내외를 놀라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중국을 방문한 세계 주요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중국 반도체 공장을 전격 방문한 이 부회장은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 대비’란 메시지를 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중국 출장이 끝나자 마자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캠퍼스에 최첨단 EUV(극자외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가 작년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관련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반도체 비전 2030에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산시(山西)성 시안(西安)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방문에 이어, ‘자칫하면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서 세계 1위로 나아가겠다는 이 부회장의 빈틈 없는 경영행보로 평가된다.

5월 이재용 부회장은 행동과 메시지로 ‘글로벌 기업인’ 면모를 과시했다. 2020년 올해, ‘5월의 기업인’이 누구냐고 누가 물으면 ‘1의 망설임’도 없이 이재용 부회장을 꼽는 이유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다음 행보가 뭐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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