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부 신형수 부국장

[일간투데이 신형수 기자] 20대 국회가 끝났고 지난달 30일로 21대 국회가 출범했다.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갖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만큼 새로 시작하는 21대 국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중에서 가장 기대하고 싶은 것은 이른바 '구하라법'의 통과다. 구하라법은 '부모나 자식 등에 대한 부양의무를 게을리하면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개정안을 말한다.

이 법안은 구하라씨 사망 이후 그동안 수십년간 떨어져 살며 연락이 되지 않았던 생모가 갑자기 나타나 그녀의 재산을 상속받아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자 발의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이처럼 부모나 자식이 부양의무를 게을리 하면서도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재산 상속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는 여론이 임기 내내 들끓었다.

하지만 구하라법은 지난달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를 했지만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됐다.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어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듯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민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그로 인한 피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전북판 구하라' 사건이 발생했다. 구하라씨 생모의 사례처럼 역시 아버지와 이혼한 뒤 헤어져 살던 어머니가 32년 만에 나타나 소방관으로 근무하다 순직한 딸의 유족급여를 받아 간 것이다.

만약 구하라법이 통과됐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여론이 중론이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침묵했고 낮잠을 잤다. 구하라법과 같은 법안은 '정쟁'의 대상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남겨진 피해자들은 더욱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대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의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법안의 처리는 '하세월(何歲月)'이다. 법안 하나 바꾸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사회는 또 변화하면서 새로운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법안 처리를 게을리한다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된다.

지난달 22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 구하라씨 친오빠는 국회 소통관에서 "21대 국회에서는 구하라법이 통과되도록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김태년 원내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며 야당인 미래통합당에도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하는 국회'라는 것은 결국 법안을 얼마나 많이 통과시켰냐에 달려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조속히 구하라법을 통과시켜 켜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일하는 국회'로서 진면목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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