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의 1단계 무역합의 이후 잠잠했던 미·중 무역전쟁이 재개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경고음이 켜졌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막판 수로 보인다. 중국에서 발병돼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미국을 곤경에 빠뜨리자 미국은 그 화풀이를 중국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에서 발병과 확산이 시작됐지만, 미국에서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서 코로나 19의 최대 피해국으로 그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중국을 발병 은폐, 책임론도 모자라 홍콩 보안법까지 걸고 넘어지고 있다. 어느 나라도 바이러스의 발병 원인 규명과 차단의 책임은 각국의 몫이라는 점에서 누구에게 전가할 사안이 아니지만, 방역 실패를 발병국에 전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은 갈수록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곰곰이 살펴보면 재선을 위한 고도의 심리전 같아 보인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본격적인 발병 은폐 책임론에서 중국에 대한 반도체와 통신장비와 기술에 대한 직접 제재로 중국의 세계적인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 추가 제재에 나선 데 이어 동맹국을 통한 중국경제 봉쇄(EPN), 그리고 중국의 홍콩 보안법 통과를 계기로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폐지조치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이 연이어 대중국 압박에 나서자 이번에는 중국이 애초 미국과 1차 무력합의에서 약속했던 미국산 농산물 수입품목인 콩과 돼지고기 수입 중단조치를 취했다는 보도다. 보도대로 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쳤다.

미·중 무역 1단계 합의는 중국이 2년간 2000억 달러의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주는 것으로 미국산 농산물 등의 수입확대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월별, 분기별, 연도별 수입액의 시간표는 없었다. 중국이 오는 2022년 1월1일까지 약속을 지키겠다고 합의한 상황에서 농산물 일부 수입중단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빨간 등이 켜진 셈이다.

중국으로서는 약속한 2022년 1월1일까지 지키면 되지만 선거는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인 농업 관련 주에서 표심이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홍콩 보안법을 이유로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했지만, 중국으로서는 홍콩 의존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카드는 실효성이 떨어진 반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일부 수입중단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대선에서 부동표 주로 분류되는 6개 경합주의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지역이라 중국이 올해 농산물 수입을 중단할 경우 이들 지역 표심이 민주당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처지에서야 농업지역의 표를 되찾는 수단으로 중국을 압박해 농산물과 전통산업제품의 수입을 늘리게 하는 것이지만 중국의 뚝심도 호락호락하지 않는 형국이다.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1단계 무역합의를 준수하겠다는 립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옥죄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지난 1월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포함한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는 대신 미국은 애초 계획했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한편 기존 관세 가운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향후 2년간 2017년 기준보다 2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사기로 했다. 그 첫해인 올해 767억 달러, 두 번째 해에는 1천233억 달러어치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이 합의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만 365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사들여야 하지만 코로나 19의 여파로 지난 1분기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액은 34억 달러에 그쳐 예년보다도 크게 줄었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법제화 강행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신냉전' 상황으로 접어들면서 이번에는 아예 농산물 일부 품목의 수입 중단 소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 확대는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의 핵심 사안이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1단계 무역 합의마저 위태로운 수준이다. 중국은 2022년까지 약속을 지키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 있다. 당장 급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다. 패에 몰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두드려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중국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에다 미·중 무역합의 결렬위기 그리고 경찰관의 흑인 질식 사망으로 인한 폭동사태 등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가도는 벌써 경고음이 요란하다. 수에 몰린 급조된 악수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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