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이었다. 새로운 모습을 보고자 했던 21대 국회가 지난 5일 첫 개원한 모습은 그렇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선거 유세 때 다짐은 온데간데없이 개회 직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주도하에 103명의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전원이 퇴장한 사태는 21대 국회의 앞날이 어떨지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개원이었다. 국민이 원하는 국회 모습은 의원 개개인들이 발의하든 협치를 통해 발의하든 국민을 위한 법안 처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래통합당이 퇴장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수 정당인 정의당, 무소속 등 193명의 국회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 의장과 부의장을 거침없이 선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첫 개원 시 전반기 국회를 이끌 국회의장과 여야를 대표하는 부의장 등 의장단을 선출하는 자리였지만 미래통합 당은 자당의 부의장 몫마저 버리고 집단 퇴장했다. 모양새가 좋지 않은 몽니나 다름없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밝혔듯이 이 모든 책임은 집권 여당이 져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무소속을 포함한 소수 야당은 자리를 지켰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린 그들만의 몽니는 국민은 동의할 수 없다.

개원 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속을 시원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사이다를 마시는 쇼를 벌인 바 있다. 21대 국회를 이끌 의장단을 선출하는 자리에 집단 퇴장하는 게 국민 속을 시원하게 하는 짓인지 묻고 싶다.

명색이 제1야당이고 지난 10여 년간 집권, 여당으로 여당의 달콤함을 누렸던 그들이라지만 허탈감을 이런 식으로 표출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퇴장 쇼라고 본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원 구성 합의 없는 본회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는 적어도 21대 국회에서는 슈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양보하지 않는 한 먹히지 않는 구도이다. 미래통합당은 와신상담과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국민에게 달라진 모습을 개원과 함께 4년 내내 보여야 대권이든 22대 국회를 약속할 수 있지만 5일 개원 때 모습은 아직은 아니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모든 책임을 집권 여당에 돌리겠다는 것은 무모하다. 집권 여당이 국민이 바라는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입법을 하면 미래통합당의 설 자리는 없다. 툭하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은 퇴근길 모습이어야 한다. 국회법상 엄연히 회기 중인데 수업 중 아무렇게 집에 가는 모습은 누가 봐도 믿기 어려운 자세다.

국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라는 이 엄혹한 상황에서도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하라고 그들을 선택했다. 여야가 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일하라고 뽑아준 것이다. 또 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인 표를 준 것은 일 좀 책임 있게 해보라는 무언의 시위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런 민심을 개원 때부터 보여줬다.

국민은 냉정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여야 의원들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 정확하게 직시한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박병석 국회의장은 인사말에서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공자 선생의 말을 인용, 21대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했다.

군주민수는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또한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뜻이다. 군주와 백성의 관계를 이처럼 적절하게 풀이한 사자성어는 수천 년이 지났지만 늘 정치 지도자들이 새겨야 할 국민을 대하는 경책이다.

촛불이 그랬고 21대 국회도 그랬다. 국민의 선택은 차가우리만치 무섭다는 말이다.

몽니는 한 번으로 족하다. 지금 미래통합당이 보여야 할 자세는 국민과 함께 이 국난을 극복하는데 앞장서는 모습이다. 집권 여당의 실수를 빌기보다는 우리가 먼저 국난을 극복하는데 한발 먼저 법안을 내놓은 모습이어야 한다.

마부위침(磨斧爲針)이란 말이 있다.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뜻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하는 뜻이다. 미래통합당이 새겨야 할 경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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