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일선…”다시 영업의 중심된 것 같아”

▲ '글로벌 원마켓' 서비스로 해외주식거래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KB증권 사옥 전경(제공=KB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넘치는 개인 자금의 힘으로 코스피가 2200에 도달하자 주요 금융투자회사들이 상반기 늘어난 자산을 내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단순한 자랑이라기 보단 주식시장에 처음 발을 들이는 투자자들에게 선도 회사로 눈도장을 찍고 WM 경쟁력을 알려 고객 확보에 나서려는 노력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각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고객 자산을 다양한 각도에서 집계해 경쟁 아닌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10일 리테일(WM, Wealth Management) 고객자산이 지난 9일 기준 203조를 기록, 200조를 돌파했다고 알렸다. 대규모 기관 자금이 아닌 개인고객들의 자금으로 200조 돌파는 업계 최초다. 올들어 5개월여만에 18조가 늘어난 수치로, 지난 2010년 100조 돌파 뒤 10년만이다. 단순 평균해 연 10조라고 감안할 때 올 상반기 급증세를 어림해볼 수 있다.

삼성증권의 리테일 자산 200조 돌파에 대해 한 대형증권사 리테일본부장은 “삼성증권은 대형증권사 중에서도 VVIP고객 수가 많아 안정 성향의 고객들이 주식 뿐 아니라 채권과 ELS 등에서 상당수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산관리 컨설팅을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도 포트폴리오 조정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 전인 9일 미래에셋대우는 비대면 거래고객인 ‘다이렉트’ 고객 자산이 15조원을 넘어섰다고 알렸다. 연초 11조원에서 반년도 안되는 사이에 4조원이 증가한 수치로 국내주식 자산만 약 3조원 증가를 보였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주가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전부터 진행해온 디지털화(Digital Transformation)를 통한 거래 채널 변화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다이렉트 고객수는 2017년 초 59만명에서 만 3년만에 117만명으로 늘어 약 2배로 성장했다.

특히 확대되는 해외주식 직구 열풍에도 여전히 국내주식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해외자산이 연초 3400억원에서 약 7000억원으로 배 이상 증가한 것은 새로운 시장 확대의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같은 기간 국내자산은 31% 증가에 머물렀다.

같은 날, 이 회사의 관계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타이거(Tiger) 2차전지테마 ETF의 순자산이 1000억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상반기 전기차 이슈와 연관해 2차전지가 상승 테마로 작용한 결과 올해 약 25%의 수익률 시현하며 순자산도 800억이나 늘었다.

국내 상장된 ETF가 9일 기준 448개에 이르는 가운데 국내 ETF시장의 1위 사업자는 삼성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위 사업자로서 성장성에 한계가 있는 국내 ETF 시장에선 다양성으로 승부하고 해외ETF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448개 중 업계 최다인 124개의 라인업을 제공해 투자자산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한편 상반기 새롭게 영업에 들어간 카카오페이증권이 10일 펀드판매 개시 100일만에 펀드투자 20만 계좌를 알려 눈길을 끌었다.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개설자는 총 125만명으로 이 중 약 16%에 해당하는 20만 계좌에서 펀드 가입이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월 27일 증권계좌 개설을 시작한 카카오페이증권은 3월 25일 한달도 되지 않아 50만계좌를 돌파한 바 있다.

한 증권사 WM센터장은 “지난 3월 19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1439.43을 기록하며 올해 최저점을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별도의 지점영업 창구가 없는 신생 증권사 입장에서 상징적인 기록을 남겼다”며 “아직 정식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의 마케팅 없이 이뤄낸 성과라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이보단 앞선 지난 3일에는 KB증권이 온라인 고객자산 10조원 돌파를 신고했다. 회사측은 2017년 통합 KB증권 출범 이후 4년 만으로, 2016년 말 대비 22.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올해만 약 70%가 증가혜 코로나19 상황에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보상(Reward)이 제공되는 캠페인 등을 통해 계좌수 증가는 있어도 계좌 활성화가 어려운 경향이 있는 반면, 100만원 이상의 실질고객수가 약 28만명에 달한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특히 KB증권은 비대면 자산관리 부문에서 상대적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만큼 신 시장인 해외주식거래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초 해외주식투자 서비스인 ‘글로벌 원마켓’을 오픈해 1년만에 가입자수 10만을 넘겨 현재는 20만명에 육박해 전년 말 대비 2배 이상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회외주식 고객수가 2017년 당시보다 10배 가까이로 성장했다.

한 대형 증권사 WM본부장은 “금융투자회사 별로 자신이 가진 장단점을 분명히 알고 있어 삼성은 VIP마케팅, 미래에셋은 글로벌, KB는 온라인 등 각자의 주무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번 주거래 증권사로 선택하면 쉽게 이동하지 않는 고객 특성상 동학개미운동으로 새롭게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고객을 맞기 위한 총성없는 전쟁이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지점장은 “본사에서 리테일 고객 대상 숫자마케팅을 펼치는 광경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회사의 관심이 IB로만 가는 것 같아 섭섭한 측면이 있었는데 리테일이 다시 회사 영업 활성화의 중심이 된 것 같아 흥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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