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금산분리원칙' 유지 속 CVC 활성화 모색
경실련, "CVC, 재벌 경제력 집중 심화·기술탈취 악용 위험"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11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주도 벤처 캐피탈 CVC 활성화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정부·여당이 벤처·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주도벤처캐피털(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규제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가운데 진보시민단체는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해 입법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말 20대 국회에서 대주주적격성 심사 규제를 완화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통과한 데 이어 또다시 '금산분리원칙(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의 최대 4%까지만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정책)' 훼손논란이 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이원욱·김경만 의원은 공동으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CVC 활성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 세계 벤처캐피탈(VC) 투자의 약 30%가량이 CVC를 통해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일반지주회사의 CVC가 필요하고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소유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하는 것이 금산분리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며 "금산분리의 취지는 금융사에 고객이 맡긴 돈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CVC에 출자하는 유동성 공급자(LP)는 해당 투자의 목적을 분명히 해 투자에 참여하는 자본이며 투자목적에 동의하지 않는 일반적인 LP가 포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 우려하는 CVC로 인한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사금고화에 대해서는 인수 시점에 결합심사를 통해 제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CVC를 통한 벤처·스타트업 투자 활성화와 코로나19 경제난 극복에 기대감을 표명하면서도 금산분리 완화로 비춰지는 것에 부담스러워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며 "(CVC 규제 완화가)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민주당은 금산분리의 취지는 살리면서도 벤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혁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도 "'스타트업을 활성화하자, 벤처기업을 더 많이 키우자'는 명제에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대기업이 투자를 하고 싶어도 금산분리 때문에 제약을 받고 있다. (CVC 활성화와 금산분리의) 두 가지 정신을 살리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코로나19로 저성장을 넘어 제로성장, 마이너스 성장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재벌의 사금고화, 산업자본의 위기가 금융자본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로 금산분리원칙이 나왔지만 우려가 많이 희석됐다. 21대 국회에서는 금산분리원칙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투자활성화를 위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심사 완화 등에 반대하며 금산분리원칙 유지를 강력 주장한 박용진 의원도 함께 해 주목을 받았다.

한편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일반 지주사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을 허용하면 벤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을 외면한 감언이설"이라며 "장래성 있는 벤처 기업은 재벌의 기술 탈취를 경계해 투자에 소극적이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심화에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한 뒤 "법안의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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