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기업 자산매각 지원방안' 가동 예정
캠코, "대한항공 매각 지원프로그램 결정된 것 없어"
산업은행 '요청여부' 주요 변수 부각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 일대.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금융위원회가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 자산매각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대한항공이 포함될지 관심이 쏠린다. 유동성 위기를 타결하기 위해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은행의 태도에 따라 대한항공은 물론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제6차 비상경제 중앙 대책본부 회의에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마련한 기업자산 매각 지원방안을 의결했다. 자산매각은 자구노력의 필수적인 방안으로, 기업 유동성 확보와 자구노력의 효과적 이행을 위해 적정가격(fair price)으로 매각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따른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지원대상에는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함께 포함됐다. 대기업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 기업, 채권단 지원 요청 기업 등 자구노력은 물론 선제적 자금수요가 큰 기업을 우선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매입방식은 자산유형과 기업수요에 부합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직접매입·보유 후 제3자 매각(Buy&Hold)를 비롯 매입 후 재임대(S&LB), 매입 후 인수권 부여 등이다.

기업자산 매각 지원은 대한항공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대한항공은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을 마련해야 한다.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자금 지원에 앞서 대한항공에 자구 노력을 토대로 한 자본 확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할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에 따라 서울시의 송현동 문화공원 추진으로 피해를 봤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캠코 매각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캠코 지원대상에 송현동 부지 매각이 포함될 경우 직접매입·보유 후 제3자 매각(Buy&Hold)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매각 절차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입은 캠코의 설립 목적과 맞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캠코는 금융회사 등이 보유한 부실자산의 효율적 정리를 촉진하고 부실징후기업의 경영정상화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기 때문으로, 대한항공과 송현동 부지 매입이 설립 취지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항공 여객운송업체여서 캠코의 사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송현동 부지 역시 부실채권으로 보기 어렵다.

캠코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사의 업무 중에는 기업의 자산을 인수하고 정리하는 것도 포함된다"며 "대한항공 매각 지원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결정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송현동 부지 매각은 산업은행의 '요청'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캠코에 해당 부지 매입을 요청할 경우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으로 인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와 관련 금융위원회에 채권단 차원의 지원을 요청할 경우 송현동 부지 매각 대금은 대한항공 측에 흡수될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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