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만 세번째…급락장 저가매수 좌절 투자자 분통

▲ 상반기에만 3번의 전산사고를 낸 키움증권 본사사옥(제공=키움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키움증권의 주식거래 시스템이 또 말썽을 일으켜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시스템 오류만 상반기 세번째다. 타 대형사와 달리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없다보니 평소 계좌에 현금을 두지 않고 있다가 투자시 이체시켜 투자에 나서야 하는 절차가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대표 개인투자자 거래증권사의 잦은 시스템 결함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와 키움증권에 따르면, 오전 9시 5분부터 10시 15분까지 약 1시간여 동안 HTS와 MTS 등 주식거래시스템에서 계좌 입출금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곤란을 겪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코스피 시장은 이날 시작하자 마자 전 거래일보다 4.07% 내린 2088.24로 시작했고, 코스닥 시장도 4.51% 급락한 722.91로 출발했다. 전일 미국시장에서 다우존스지수가 -6.90%, S&P500이 -5.89%, 나스닥이 -5.27%를 기록하며 일제히 폭락세를 보여 일찍부터 예견된 하락이었다.

지수가 급락하자 순간적인 폭락에 따른 저가 매수 기회를 이용하려는 투자자들이 키움증권 거래시스템에 접속했고, 매수를 위해 연계은행에서 자금을 이체하려는 시도가 일시에 폭증했다. 하지만 키움증권에 계좌를 둔 투자자들은 9시 5분부터 무려 한시간 넘게 HTS와 MTS로 자금을 이체시키지 못해 폭락한 지수가 절반정도 회복되는 동안 투자 기회를 놓쳤다.

키움증권 고객임을 밝힌 한 투자자는 “9시 5분부터 한시간여 동안 은행에서 자금을 이체시키지 못해 주가가 오르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며 “아침에 일어나 미국 지수가 폭락한 걸 보고 급락시 투자를 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언성을 높였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정규장 거래 종료 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고는 일시에 너무 많은 투자자가 동시에 매수에 나서면서 생긴 문제로, 키움증권 자체의 시스템 결함이라기 보다는 은행과의 데이터통신 응답지연 문제가 있다”며 “단순히 서버 용량 증설로 해결될 문제인지, 회선을 늘려야 할 문제인지 등을 알기 위해 정확한 원인 파악 중”이라고 답했다.

이날 사고에 대해 한 대형 증권사 IT본부장은 “키움증권의 오늘 사고는 1차적으로는 IT시스템 차원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키움증권에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타 대형증권사의 경우 모두 CMA계좌가 있고, CMA금리가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평소 CMA 계좌에 현금을 넣어뒀다 주식 매수에 바로 나설 수 있지만, 키움증권의 경우 증권계좌에 연계된 은행 연계계좌에 자금을 두고 있다가 증권계좌로 자금을 이체 후 투자에 나서는 프로세스를 거치기 때문에 오늘같이 매수가 몰리면 시스템 장애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설명을 전해들은 한 투자자는, “개인 주식거래 점유율 30%를 자랑하는 키움증권이 CMA시스템이 없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런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근본적인 시스템 보완책이 이번에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키움증권은 이번을 포함해 지난 3월 13일과 27일에 있었던 두 차례의 시스템 장애까지 상반기에만 3번의 거래사고가 있었다. 당시 주식거래시스템 접속 지연으로 실시간 잔고와 체결결과 확인을 못해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은 바 있다.

4월에는 시스템 장애 뿐 아니라 시스템 불비사항으로 인한 불편도 있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까지 내려가는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HTS시스템이 마이너스를 인식하지 못해 장애를 일르켰고 투자자들이 사전 통보도 없이 반대매매를 당해 불측의 피해를 입었다. 당시 회사 측은 이로 인한 피해액이 10억원 선이라고 말했지만 소송이 진행중인 현재 피해액은 최대 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산장애가 이어지자 금감원도 현장검사 검토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참여가 많아지면서 전산사고도 동시에 급증해 이를 들여다보려고 시기를 조율중인데 그 사이에 또 사고가 발생해 난감하게 됐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어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번 사태로 보다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한 증권사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존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투자자 권익 보호에 증권사들이 더욱 만전을 기하는 계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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