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가 임기 개시일인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지만, 작동 불능상태이다. 신차가 출시됐지만, 시동부터 빨간 불이 켜진 작동 불능상황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기 개시일과 함께 국회를 이끌어갈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은 지난 5일과 8일까지 각각 선출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반쪽짜리 의장단 선출만 한 체 상임위원장 배정을 둘러싼 상임위원회 구성을 놓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5일 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 때부터 미래통합당 103명 전원이 의장단 선출 직전 집단 퇴장하는 바람에 이미 예견된 공전이었지만 슈퍼 여당과 소수당은 속수무책인 모습이다. 우리는 봐 왔다. 면책특권을 포함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국회의원들이 국정 감사와 정기국회 그리고 상임위 활동 시 헌법과 법을 위반한 누구에게도 법 타령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18대와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은 헌법을 위반했다고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면서도 정작 민생과 경제살리기가 시급했던 법안들은 나 몰라라 하면서 본회의 상정도 못 한 체 무더기 폐기를 자행한 건 바로 국회의원들이었다는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런 모습이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반복될 불길한 조짐이 의장단과 상임위 구성을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회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질질 끄는 게 협치인지 묻고 싶다. 법을 만들고 폐기하는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겨가며 그들을 선택한 국민에게 몽니를 부리는 모습을 과연 봐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177석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겨우 개헌 저지선을 지킨 103명의 미래통합당인 야당이 벌이는 국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구성 협상은 앞서 11대 7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에 더는 끌 사안도 아니다.

미래통합당이 고집하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이 양보하지 않는 한 국회 자체를 거부하려는 전략은 선 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민은 지난 20대 국회가 동물 국회, 식물국회라는 무능한 국회로 낙인찍은 바 있다. 협상을 핑계로 질질 끌다가 결국 상정한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지도 못하고 무더기 폐기한 모습을 동물과 식물로 어처구니없는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그래서 지난 4월 15일 총선에서 집권 여당에 큰 책임을 부여한 결과가 177석이라는 의석을 몰아준 것이다. 여야 간 법안이 상정될 때마다 통과를 위해 이합집산하는 모습에 민생은 온데간데없이 그들만의 무대에 국민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표심이 발동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슈퍼 여당임에도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 상임위 7석을 배분한 것은 어쩌면 통 크게 양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77석을 포함한 소수당만으로도 얼마든지 상임위를 구성할 수 있지만 제1야당을 포함한 소수당과 함께하고자 하는 모습은 적어도 국회법 테두리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다.

국회법을 어겨가면서까지 협상하라고 국민이 압도적 표를 준 건 아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준 것이다. 애초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요구한 미래통합당으로써는 더불어민주당과 협상에서 하나는 내주고 하나는 얻었기 때문에 마땅히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등 원 구성에 참여했어야 했다.

21대 국회를 볼모로 협치와 의회 독재를 주야장천 외치는 게 제1야당의 모습은 아니다. 지역구 예산 배분 시 짬짜미로 주고받을 때만 협치는 더욱더 아니다. 예결위원장 몫도 법사위원장 몫 못지않게 얼마든지 여당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적어도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국난에 가까운 경제위기 상황 때문이다. 당장 급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기다리고 있고 이후 닥칠 또 다른 변수를 차단하려면 법사위원장 자리 못지않게 예결위원장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법사위원회에 상정돼 심사하는 법안은 국민을 위한 법안이지 다른 나라 국민을 위한 법안은 아니다. 집권 여당은 집권당의 국정 목표를 법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법사위원회와 법사위원장만은 지키겠다는 것을 의회 독재로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법제 된 된 법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이라는 점에서 꼭 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는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협치를 위한 마지막 시한을 준 만큼 15일 원 구성 시한을 지키기 바란다. 질질 끌려다니는 슈퍼 여당 모습이나 몽니로 일관하는 제1야당 모습 모두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도만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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