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인 2000년 6월 13일 대한민국 공군 1호기는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김대중 정부 요인들을 모시고 북한 평양 순안공항을 향했다. 미사일 한 방이면 끝나는 상황이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하늘길을 택했다. 그 하늘길은 통일을 향한 대담한 길이었다. 남북이 분단의 설움을 껴안은지 55년 만에 북한 최고 지도자와 만남을 위한 길이었다. 세계 모든 매체는 55년 만에 대한민국 공군 1호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과 함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포옹 장면을 숨죽이며 지켜보다 환호성을 외쳤다.

그렇게 남북은 한 걸음씩 서로 다가가며 민족 공생의 길을 모색해 가고 있다. 그러자고 2000년 6월 15일 남북은 소위 6·15 남북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 이후 20년 사이 하늘길에 이어 땅길이 열렸다. 첫 만남은 55년이 걸렸지만 이후 만남의 시간은 갈수록 짧아졌다. 때론 40분이면 판문점에서 만나기도 했다.

한민족 역사상 적장이 이처럼 서로를 위해 함께 한 적이 없었다. 내부의 수많은 반발과 적대감 속에서도 남북 정상은 이를 뿌리치고 스스럼없이 민족의 미래를 위해 격의 없이 속내를 털어놨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하나둘 그 차이를 극복해가는 공존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북한 지도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 길을 열어가는데 난관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묻고 싶다. 혹 그 난관이 남한으로 인해 돌출됐다면 어떤 방식으로 풀면 좋을지 답을 듣고 싶다.

왜 묻냐면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15일 북한 관영매체들이 서릿발치는 보복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도 하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끝장을 볼 때까지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할 것이다'라는 듣기 거북한 말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게 답인지 묻고 싶다.

노동신문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를 위협과 함께 천명한 대로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고 그다음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에 위임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북한만 군대가 있는 건 아니다. 남한은 국방에 관한 한 모든 면에서 세계 5위 군사력을 보유한 강군을 유지하고 있다. 남한 뒤에는 세계 최강이라는 주한 미군사령부가 24시간 365일 북한 전역을 철통같이 감시하고 있다. 그 마당에 군대를 들먹이는 건 옳지 않다.

우리는 안다. 법보다 주먹이 때론 아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주먹은 끝까지 참아야 할 최후의 수단이어야지 목적일 순 없다.

또 우리는 안다. 남한이 6·15와 지난 2018년 9월 19일 맺은 919 남북 공동선언에 합의했던 사항을 일부 지키지 못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남한의 다양한 계층, 특히 북한에서 탈북한 또는 망명한 세력들이 왜 그렇게 북한을 혐오하는지 모르는 게 아니다.

이전 정부는 때론 대북 공작을 위해 그들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 남북은 서로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남북이 사는 지금은 초연결 사회라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919 남북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비무장지대에서의 적대행위 금지를 상호 지키기 위해 겨누던 총을 뒤로 서로 한발씩 물러서고 체제를 선동했던 확성기를 없앴다. 그 와중에 일부 탈북단체들이 북한 측을 비난하는 전단을 실은 대형풍선을 날렸다고 남측에 과도한 언사는 참았어야 했다.

북한 측이 말하는 인민의 원한은 누가 그렇게 했는가. 남한인가. 이념이 낳은 불씨였다. 그 이념은 남도 북도 원치 않았던 것이었지만 북은 탱크를 앞세워 남한을 무차별 짓밟았다. 지금 남한은 1950년 6월 25일 남한이 아니다. 남한이 힘이 없어서 주먹이 없어서 휘두를지 모르는 나라가 아니다. 다만 남북 공존을 위한 길을 열기 위해 참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북한 당국은 직시해야 한다.

남북이 총질하는 걸 즐기는 국가가 누구라고 보는지 북한 당국에게 다시 묻고 싶다.

선대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 공존의 길을 모색했던 6·15선언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라.

막말과 군사 운운은 접어두고 섭섭한 마음이 있거든 정상 간 만남을 통해 풀기를 6·15 남북공동선언을 한 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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