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기용 MMF 45% 급증…직접 투자 나선 듯

▲ 국내 주식형 펀드 연초 이후 설정액 증감 하위 톱 10(자료=신영증권 리서치)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상반기 투자 전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잔고가 45% 급증하며 현재 장세가 유동성 장세임을 뒷받침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직접투자에 주식형펀드 잔고는 되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월말 기준 전체 펀드 시장 설정액이 전년 말 대비 7.4% 증가하며 700조3710억원을 기록한 반면 주식형펀드는 오히려 13.9% 줄어든 75조513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간접투자보다는 주식 직접투자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 글로벌 유동성 담당 오광영 연구원은 전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난 해 하반기 ETF로 3조원이 순유입 돼 주식형펀드로의 설정액이 증가했지만 상반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연초 이후 ETF에서만 6조1544억원이 빠져나갔다고 분석했다. 주식형펀드 순유출 6조8194억원 중 9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오 연구원은 “ETF로의 자금 흐름이 증시가 급락해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3월을 제외하곤 매월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며 “다만 5월 순유출 규모는 5000억원을 밑돌아 유출세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액티브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17개월 연속 감소를 나타냈고, 액티브주식 중소형 유형에서만 상반기 2047억원이 감소하며 24개월 연속 감소했다”며, “다만 IT섹터펀드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액티브주식섹터는 연초이후 1117억원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29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중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펀드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NH아문디 코리아2배레버리지펀드’로 연초 이후 3113억원이 유입돼 설정액이 1조361억원에 이른다. 반등장에서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설정액 증가 상위에 이름을 올린 펀드를 살펴보면, ‘교보악사파워인덱스’, ‘미래에셋코어테크’, ‘NH1.5배레버리지인덱스’, ‘KB스타코리아레버리지2.0’ 등 성장성 있는 섹터 펀드 또는 지렛대 효과를 통한 지수 상승효과 극대화를 기대하는 펀드들이 인기를 끌었다.

반대로 자금 유출이 컸던 펀드로는 설정액 2조가 넘는 초대형 펀드로 연초이후 5개월 만에 794억원이 빠져나간 ‘신영밸류고배당’, 584억원이 유출된 ‘베어링고배당’, 441억원이 줄어든 ‘신영마라톤’ 등이 이름을 올려 변동성 확대장에서 고배당 중심의 가치주 투자를 하는 전통의 펀드들이 자금 유출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규모가 작은 섹터형 또는 중소형주 펀드들이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톱10에 오른 펀드 중 설정액 1000억원 이상 펀드는 하나도 없다.

연초 이후 5개월간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설정액 943억원의 ‘마이다스중소형펀드’로 연초이후 16.8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2위와 3위로는 ‘미래에셋연금한국헬스케어펀드’와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펀드’가 나란히 이름을 올려 코로나19 이슈로 인한 헬스케어 섹터펀드의 선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펀드’, ‘한국밸류10년투자중소형펀드’, ‘하나UBS코스닥벤처기업&공모주펀드’ 등 코스닥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상위권을 독식했다.

반대로 수익률 하위 펀드에는 주요 운용사들의 '2배레버리지' 펀드들이 줄지어 이름을 올려, 급락장에서 지렛대효과를 노린 펀드들이 수익보다는 손해를 끼쳤을 가능성이 더 컸음을 나타냈다. 대표적으로 ‘NH아문디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은 설정액 증가 전체 1위의 영광과 동시에 수익률 최하위 10개 펀드에도 오르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26.82%, 1년 수익률은 -1.57%, 연초이후 -21.52%를 기록해 펀드 성과의 변동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현상에 대해 한 증권사 WM본부장은 “결국엔 투자자들이 수익률에 따라 자금을 이동시킨다고 볼때, 최근 몇 년간 펀드매니저의 역량이 성과를 좌우하는 액티브펀드가 시장수익률을 추종하는 패시브펀드보다 나은 수익률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보수 명목으로 비용을 치렀을 때 펀드매니저가 나보다 나은 수익을 내 줄거로 기대하는 건 인지상정”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상장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이익시현 능력이 감소하면서 자금이 국내보다 해외로, 주식형보다는 대체투자 등으로 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명동 WM센터장은 “동학개미운동의 과정에 간접투자에 맡겨 수수료를 내느니 내가 직접 투자하겠다는 고객이 늘어난 결과”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정보력을 갖춘 투자자들이 언제든 기회만 오면 매수하겠다는 것이 현재의 지수와 MMF 설정액 증가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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