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을 향해 거침없는 막말을 쏟아내는 가운데 16일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데 이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발표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하는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의 근본을 뒤흔드는 조치이다. 양 정상은 이 선언의 후속 조치로 그해 9월 19일 남북이 합의한 군사합의서를 맺고 비무장지대의 실현방안을 추진해왔었다. 이를 되돌리겠다는 신호로 개성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 해체한 것이다.

지난 4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노동당 제1부부장인 김여정이 탈북민이 살포하는 대북 전단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김여정이 진두지휘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여정의 입을 빌려 남쪽을 향해 입에 담기에는 부적절한 쌍욕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신해 북측 최고위급 특사로 방한한 바 있고, 남북 정상 간 회담 시에 배석한 바 있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나서서 상대국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언사는 우리로서는 듣기가 거북하다. 북한 측 보도대로라면 현재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 1부부장이 대남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모양새다.

연일 쏟아내는 쌍욕에 가까운 막말은 그만큼 절박한 소리로밖에 안 들린다. 북한은 시간이 어느 편인지를 성찰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세계가 국경 봉쇄조치와 함께 지금 전대미문의 바이러스와의 전쟁 중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 19사태가 장기화하면 될수록 북한의 고립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안팎으로 제재국면에 처한 가운데 코로나 19까지 겹친 상황에서 막말과 폭파 그리고 군사재배치 등은 전략이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남한을 지렛대 삼아 북한이 원하는 세계 전략을 구사하려면 남한과 허물없는 대화가 먼저라고 보지만 남북 정상이 지난 20년 동안 협상을 통해 합의하고 선언한 사항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는 특히 북한의 경우 누워서 침을 뱉는 격이다. 지난 2000년과 2004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가졌고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부터 무려 3차례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후속 선언과 합의를 해왔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판을 뒤집는 모습도 어딘가 앞뒤가 안 맞고 2인자 행세치고는 품격이 없어 보인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를 대리한 언행은 그 나라의 국격과 품격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쏟아내는 막말은 상대방에게 협상의 민낯만 드러낼 뿐 결코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없다고 본다. 남북합의서를 지켜가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문제가 있다면 얼마든지 만나서 잘잘못에 대한 후속 대책을 내놓고 풀어가는 게 국가 간 외교지만 그 협상을 외면한 채 스스로 봉쇄의 길을 걷겠다고 한다면 시간은 결코 북한 편이 아니다.

북한은 지금 누가 최고 지도자인지 알고 싶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닌 제 3자가 상대국 간에 맺은 선언과 합의서를 뒤집고 파기하는 모습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

이 마당에 정부가 발끈하는 모습 또한 부적절해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서지 않는 한 김여정의 발언에 과잉대응할 필요조차 없다고 본다. 20년간 쌓아온 남북 정상 간 선언과 합의서를 북한이 스스로 뒤집는다면 그에 대응하는 대응태세를 일관되게 갖추면 된다. 시간은 고립과 개방이라는 게임에서 어느 편을 들겠는가. 북한 당국은 이를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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