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교수, "규정 모호, 프라이버시·표현의 자유 침해 위험"
이대호 교수, "넷플릭스법, 국내외 역차별, 네트워크 퇴화 위험"
안정상 전문위원, "시행령 입법과정에서 구체화 계획…역차별 해소 기여"

▲ 사단법인 체감규제포럼은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N번방·넷플릭스법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업체 등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촬영물 유통방지책임을 부과한 이른바 'N번방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 법에 대한 찬반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한편에서는 법규정이 모호해 부가통신사업자에게 과도한 법적 부담과 비용을 떠안기고 서비스 이용자(소비자)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며 시행령 단계에서 좀 더 내용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업자들과 법 개정단계에서 충분히 논의했고 시행령 단계에서도 이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기에 이런 우려가 과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단법인 체감규제포럼은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N번방·넷플릭스법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촬영물 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하라'고 규정했다"며 "하지만 '불법촬영물'·'기술적·관리적 조치'는 구체적인 내용이 대통령령으로 위임돼 있어 내용이 모호하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부가통신사업자의 기술적·관리적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할지 알 수 없으므로 사업자 검열에 의한 프라이버시 침해 및 표현의 자유 위축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불법촬영물 '접속차단'은 통상적으로 기간통신사업자가 취할 수 있고 부가통신사업자가 할 수 없는 조치이므로 시행령에서 그 의미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책임이 있는 '조치의무사업자'를 국내 대규모 사업자뿐만 아니라 더 위험성이 큰 국내 소규모 사업자 및 미신고 해외사업자를 규정해 규제집행력을 높여야 한다. '기술적·관리적 조치'의 대상 서비스, 조치수준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술적·관리적 조치의 '운영·관리 실태'와 '기록·보관해야 하는 정보'의 내용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규정에서 '불법촬영물 등임을 명백히 인식한 경우에만 삭제' 등 조치를 했으나 개정법에서는 '명백히'를 삭제해 명백히 인식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경우에도 삭제 등의 조치를 하도록 했다"며 "이는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의 확대'에 배치된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개정안 통과를 정책 조언한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방송통신정책 담당 수석전문위원은 "모법은 성격상 포괄적으로 규정한 뒤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법 적용범위를 명확히 한다"며 "N번방 방지법은 법 개정 당시 사업자들과 사전 논의가 됐고 이들의 의견을 현실화하기 위해 시행령 준비단계에서도 다 참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는 넷플릭스 등 해외 부가통신사업자 서비스 이용에 따른 대규모 트래픽(데이터 이용량) 발생으로 인해 인터넷망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을 막기 위해 '이용자 수와 트래픽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처리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른바 '넷플릭스법')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령상 '이용자 수'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책정하는 것은 어렵고 (이해관계자인) 부가통신사업자가 책정하면 신뢰하기 힘들다. 해외사업자 서비스 이용시 국적 판단도 어려워 국내 이용자 수 책정이 어렵다"며 "'트래픽 양'도 방문자 수 또는 페이지 뷰수로 할지, 책정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간통신사업자들은 해외부가통신사업자로부터 망사용료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국내사업자에게 사용료 부담을 더 높일 수 있다. 또 부가통신서비스 개선을 통한 트래픽 대용량화와 네트워크 비용부담 상승을 막기 위해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네트워크 성능 개선보다는 퇴화를 선택해 소비자의 서비스 이용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시행령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정환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망사업자에 화살을 돌렸다. 김 교수는 "게임업계에서 SK브로드밴드가 (데이터 이용량이 많은) 해외 게임의 경우 통신속도·서비스를 조정한다는 말이 나온 게 10년이 됐다"며 "넷플릭스법이라 불리지만 SK가 망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얼마 전 언론보도를 보니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합작해 세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업체 웨이브 (이태현) 대표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항해 국내 OTT인 티빙·왓챠도 같이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한다"며 "이는 콘텐츠 UX(사용자경험)로 승부하지 않고 망사업 독점성을 바탕으로 통신재벌이 다른 영역까지 넘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안정상 전문위원은 "넷플릭스법이란 명칭은 맞지 않다. 정확하게는 '국내외 CP(콘텐츠제공사업자) 역차별방지법'"이라며 "(넷플릭스) 당사국인 미국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글로벌CP를 엄격 규제하는 유럽과 비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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