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출입상황을 관장하는 우리로 치면 관세청 격인 중국해관통계가 내놓은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북한과 중국과의 무역상황이 통계라고 볼 수 없는 최악의 교역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발발한 이후 보여준 북한과 중국 간 무역상황은 4월 기준으로 사실상 올스톱 상황이다. 코로나 19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봉쇄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유엔제재로 인해 중국 외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유일한 무역의 통로였던 중국마저도 스스로 봉쇄조치를 취한 결과 자력갱생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4월 기준으로 중국해관통계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후 북한의 대중국 수입은 65%, 수출은 83%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지난 1월 20일 이후 갈수록 북한 경제는 고립무원 상황이나 다름없다. 유일한 조달창구였던 중국과의 교역마저 수출입 모두 사실상 봉쇄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가장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했던 수도 베이징마저 지난 11일 코로나 19가 베이징의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신파디(新發地) 시장에서 집단감염으로 이어지고 있어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코로나 19가 중국 수도 한복판에서 재발한 이상 봉쇄완화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라 북한과 중국과의 교역 또한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 19의 외부 유입을 막으려는 중국의 대외 개방 여부로 볼 때 올 연말, 그리고 2021년 상반기까지 북·중 교역이 풀릴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중 교역의 최근 10년간, 그리고 최근 2년간, 그리고 올해 들어 코로나 19 이후 추이를 보면 결과적으로 북한의 최고 혈맹국인 중국이 북한을 옥죄는 상황이라는 게 중국 전문가의 진단이다. 북한 수출입의 절대적인 의지처인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 19가 결과적으로 북한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기대했던 비핵화를 무기로 한 북미, 남북, 남북미 간 협상 전략은 미국 강경파들의 비틀기로 물 건너간 상황에서 이번엔 코로나 19까지 나서 북한 경제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어 북한이 내민 카드가 삐라 카드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삐라를 핑계로 남북 간 평화의 길을 내보자고 정상 간 합의로 설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쇼를 펼친 데 이어 이번에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삐라 제작과 내용을 사전 공개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지금 북한은 경제 상황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을 반어법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건 남한을 향한 애꿎은 분풀이로 민심을 달래는 방법 외 달리 뭐라 할 수 없는 국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략상 무기와 핵 개발로 주변국을 위협해 경제원조를 기대했던 것마저 코로나 19가 차단하는 바람에 나온 카드가 삐라 공세라는 분석은 믿기지 않는다.

북한은 현재 한반도 주변의 4강의 정치외교 상황에다 코로나 19가 몰고 온 엄중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일부 탈북자단체의 삐라 공세를 빌미로 남한에 과도한 공세는 북한만 더욱더 고립무원 상황으로 몰고 갈 뿐이다. 일부 탈북자단체의 이탈행위를 북한 당국이 직접 나서서 남한 대통령을 삐라를 통해 비난하는 행위는 남측 누구도 동의하기 어려운 처사다.

개도 밥 주는 사람은 물지 않는다는 속된 표현이 있다. 남북 화해와 공존을 위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의 고독한 중재자의 길을 걷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삐라 공세는 스스로 밥그릇을 걷어차는 사태만 몰고 올 뿐이다.

핵 공세도 모자라 이젠 삐라 공세로 남북의 길을 봉쇄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길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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