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신용 비율 상승속도 세계 3위
크게 불어난 빚…경기 회복 발목 잡을수도

▲ 자료=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빚이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해 가장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계·기업에 대한 대대적 대출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사상 처음 민간 부문 신용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가계와 기업이 진 빚이 우리나라 경제주체(가계·기업·정부)가 한해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2배를 웃돈다는 의미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5.5%로 직전분기(93.9%)대비 1.6%포인트(p) 높아졌다.

이런 오름폭은 홍콩(1.6%p)과 함께 전 세계 43개국 중 공동 1위였다.

이어 노르웨이(1.0%p)·중국(0.8%p)·벨기에(0.8%p)·태국(0.6%p)·러시아(0.6%p)·브라질(0.6%p)·프랑스(0.5%p) 등 순이다.

지난 2018년 4분기와 비교해서도 한국의 1년간 오름폭(3.6%p)은 홍콩(8.3%p)·노르웨이(4.6%p)·중국(3.7%p)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컸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95.5%) 절대 수준은 스위스(132%)·호주(119.5%)·덴마크(111.7%)·노르웨이(104.8%)·캐나다(101.3%)·네덜란드(99.8%) 다음 7위였다.

GDP 대비 비금융 기업들의 신용 비율을 보면, 한국은 4분기 기준 102.1%였다. 이는 3분기(101.1%)보다 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직전분기 대비 상승 폭은 싱가포르(6.9%p)·칠레(2.7%p)·사우디아라비아(2.1%p)에 이어 4번째였다.

2018년 4분기와 비교하면 한국은 6.4%포인트 올라 43개국 중 4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11.1%p)·칠레(9.2%p)·스웨덴(7.3%p)만 우리나라보다 상승 폭이 컸다.

한국의 GDP 대비 비금융기업 신용 비율(102.1%)은 17위 수준으로, 16위 일본(103.9%)과 비슷했다.

작년 4분기 기준 한국 민간(가계+기업) 신용의 GDP 대비 비율은 197.6%(가계 95.5+기업 102.1)로, 직전 분기보다 2.6%포인트 올랐다.

43개국 가운데 싱가포르(7.2%p)·칠레(3.1%p)에 이어 3번째로 빠른 증가 속도다.

2018년 4분기 대비 오름폭(10.0%p)도 3위로, 우리나라 위에는 홍콩(13.8%p)·칠레(11.1%p) 뿐이었다.

더구나 올해의 경우 사상 처음 민간(가계+기업) 신용의 GDP 대비 비율이 200%를 훌쩍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가계와 기업이 진 빚 규모가 우리나라 경제주체(가계·기업·정부)가 한해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2배를 넘어선다는 뜻이다.

비율 계산식의 분모인 명목GDP의 성장률은 올해 0% 부근에 머물거나 심지어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큰 반면, 분자인 가계·기업 대출 등 신용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빠르게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20조7000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주택담보대출 27조2000억원을 포함해 32조4000억원이나 불었다.

같은 시점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945조1000억원)도 작년 말보다 76조2000억원이나 많다.

가계와 기업의 줄도산을 막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책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대출을 일으켜 투자·소비를 유도하는 게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크게 불어난 빚 부담이 오히려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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