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이 오는 23일 출간할 예정인 ‘The Room what it happens(그것이 일어난 방)’이란 제목의 회고록은 미국의 한반도 전략을 고스란히 엿보게 한다. 미국의 국가안보를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는 국가안보보좌관이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정상 간 협상 전략을 거침없이 쏟아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사전 배포한 회고록에 따르면 미국의 한반도 문제와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 전략이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회고록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정상 간 협상 내용이 이처럼 재임 기간에 폭로에 가깝게 회고록을 통해 밝혀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간에 이미 상호불신의 결과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최측근에 의해 왕이 살해되고 권좌에서 물러나거나 구속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볼턴 보좌관의 트럼프 국가안보정책에 대한 폭로성 회고록은 남북, 북미, 남북미 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

미국의 남북한 정책, 한국의 대북 및 대미 전략을 고스란히 소개하는 회고록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외교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협상 당사자들이 재임하는 기간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회고록에 따르면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전략과 문재인 정부의 통일 구상 간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고,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전략을 위해 남북문제를 치적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한, 북미 정상 간 정상회담도 북한 측의 구상이 아니라 청와대가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에서 성사된 것으로 회고록은 그 과정을 소상히 밝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볼턴 전 국가안전보좌관의 이 같은 폭로는 얼마 남지 않은 트럼프 재선 전략에 재를 뿌리는 폭로성 회고록으로 당분간 남북미 정상 간의 상호 소통에 장막을 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리는 그 회고록에 비친 미국의 대한반도 전략에 주한미군 주둔이 지렛대로 또는 용병에 가까운 내용 들이 담겨 있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의 방위비 협상에 단골 메뉴임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고록에서 비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미국이 과연 6·25전쟁에서 북한의 침략에 맞서 싸운 혈맹인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한반도는 1945년 미국이 일본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면서 주변 열강에 의해 남북이 분단됐다. 이후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에 따라 주한 미군이 주둔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주둔비를 한국 측이 부담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회고록에서는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이 돌출될 때마다 이를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을 요구할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었다는 점을 폭로했다. 철수와 증액을 요구하는 양면 전략으로 북한의 미사일과 핵 실험을 지렛대로 삼아 협상을 압박해왔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주한미군이 혈맹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비칠 수 있는 용병이었나를 의심케 한다. 용병들이 10억 달러 주둔비를 하루아침에 다섯 배인 50억 달러를 내놓으라는 협상을 위해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을 지난 4월부터 무급휴직 처리하는 압박도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회고록이 폭로한 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전략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방위비 분담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미군 철수를 위협에 문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동맹 가운데 최고 수준인 국방예산에 국민총생산(GDP)의 2.4%를 지급한다는 점과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협상 테이블 상에 방어한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통일 의제와 우리의 비핵화 목표 사이의 차이를 재차 목격해서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때까지 한미 무역협정에 서명하지 않기로 했다고까지 회고록은 지적했다.

어떠한 정부라도 자신의 국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우리와 다른 의제를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는 점과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것이 비핵화보다는 남북관계를 강조하는 의미였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남북통일 추진 속도를 늦추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가 목표였지만 그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남한을 오히려 지렛대로 삼아 방위비 인상, 한미 FTA, 남북 평화협력 속도 조절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카드 등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혈맹도 동맹도 아닌 각자의 국익만을 위한 나라임을 회고록은 들춰 내줬다.

국익보다 우선 한 외교전략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회고록이다. 회고록에서 보여준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미 구상이 지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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