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 IB와 키높이 맞추기 위해 타사전략 적극 수용

▲ WM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타사의 성공사례를 적극 벤치마팅중인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제공=NH투자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대표적인 IB 강자로 알려진 NH투자증권이 WM분야 강화를 위해 타사의 전략도 적극 벤치마킹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경쟁사에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 리스크를 안고 선제적으로 시도해 좋은 반응을 얻으면 곧바로 이를 수용하는 추적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업계 정상권인 투자은행(IB) 부문과 키높이를 맞추고 현재 증권사 수익의 핵심이 되고 있는 개인 고객 중심의 WM분야 강화를 위해 경쟁 증권사들이 도입해 성공시킨 서비스와 시스템을 빠르게 벤치마크해 도입중인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전년 3월, 경쟁관계였던 한국투자증권이 모기업 한국금융지주와 지분관계를 맺은 카카오뱅크와 손을 잡고 증권연계계좌 서비스를 내놓는 것을 예의주시했다. 당시로선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사용자를 한데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돈이 되는 구체적인 서비스에 대한 그림들을 뚜렷하게 내놓지 않은 상황이었다.

양사가 손을 잡고 내놓은 첫 작품인 연계계좌 서비스에서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5월말까지 불과 15개월간 150만계좌 이상을 달성하며 대박을 냈다. 국내 대표 온라인 주식거래서비스 중 하나로 다년간 공을 들여온 ‘뱅키스’가 현재 200만 계좌 남짓한 성과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이에 고무된 정일문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그 성과를 언급하며 그 계좌와 연동한 시너지를 강조하기까지 했다.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의 성과를 남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바로 자사의 서비스로 연결했다. NH투자증권은 올 2월 바로 카카오뱅크 제휴계좌 서비스를 시작했고, 때마침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 국면과 맞아 떨어져 제휴 3개월만에 약 50만 계좌를 개설하며 적시타를 날렸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젊은 층을 신규 고객으로 흡수하는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50만 계좌 중 7할 정도가 2030 고객이라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표 리서치하우스 중 한 곳인 하나금융투자는 유튜브 등 SNS 채널을 활용한 정보 제공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회사다. 회사에 자체 디지털 영상제작팀을 꾸리고 유튜브 채널 위에 ‘하나TV’를 운영하며 다양한 투자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일별 시황과 섹터별 다양한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세미나’ 등이 좋은 반응을 얻는 가운데 업계에서 화제가 되는 부분은 리서치센터의 아침 회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올린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보통 리서치 아침회의는 전날 글로벌 시황 등 새로운 사실을 섹터별로 분장해 업데이트하여 법인영업 담당자와 공유해 영업을 돕기 위한 시간”이라며 “이때는 보통 리서치 보고서에 드러나지 않는 비밀 정보나 핫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외부 공개를 한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가 유튜브 구독자 22일 현재 4.33만명을 기록하며 리서치 아침회의가 인기를 끌자 NH투자증권도 이를 전격 수용해 매일 아침 애널리스트의 회의 내용을 음성으로 제공하는 ‘모닝 미팅’을, 오후 4시에는 실시간 시황 방송과 특징주를 설명하는 ‘투자 포텐’ 등의 코너를 운영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NH투자증권이 다양한 콘텐츠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자 연초 6천명대 초반이던 구독자 수는 22일 현재 1.55만명 수준으로 두배 이상 급성장했다. 특히 자체 콘텐츠 뿐 아니라 자신들이 스스로 채우기 어려운 글로벌 콘텐츠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협업으로 웨비나(Web Seminar)를 열어 퇴근길 직장인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NH투자증권은 100세시대 연구소를 운영하며 연계 프로그램으로 100세시대 아카데미를 통해 다양한 특강, 저술 활동을 통해 은퇴시장에 대한 마케팅도 강화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시대를 맞아 언택트 마케팅의 일환으로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명사 초청 특강을 펼쳐, 그간 오프라인 강좌를 통해 한정적인 인원에게 제공되던 서비스의 폭을 넓히고 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지난 2011년 9월에 문을 열었다. 그 이듬해 연구소의 주요 제휴 프로그램으로 서울대와 개발한 ‘100세시대인생대학’과 은퇴매거진 ‘THE100’을 만들어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업계 투자교육의 효시는 2004년 문을 연 미래에셋은퇴연구소다. 당시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연구소는 이듬해 퇴직연금시대를 겨냥해 퇴직연금연구소를 설립하게 되고 2013년 은퇴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초대 연구소장으로 현대투신 대표와 굿모닝투신 대표를 맡았던 강창희 대표를 부회장 직급의 소장으로 영입해 투자와 은퇴교육을 통해 미래에셋 브랜드를 간접적으로 알리는 데도 적지않은 기여를 하게 했다.

한 증권사 리테일부문장은 “한국 시장을 대표하는 IB부문 대표로 CEO에 오른 정영채 사장이 리테일 부문의 수준도 끌어올리기 위해 영업의 기본 틀부터 디지털화(Digital Transformation)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도자로서 모든 부분에 최초라는 이름을 남기는 것도 전략일 수 있지만 삼성전자가 성장의 과정에 차용한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전략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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