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들이 때아닌 항일 독립투쟁사에 빛나는 역사를 쓴 홍범도 장군 유해를 고향인 평양으로 봉환해야 한다고 나섰다. 모처럼 맞는 지적이라고 본다. 한편으로는 남한 정부에 대한 딴죽걸기 차원에서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과정을 문제 삼고 나온 듯도 하지만 거두절미하고 북한 정부가 나서서 홍범도 장군 유해를 고향인 평양으로 모시기 바란다.

홍범도 장군 유해는 현재 카자흐스탄에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카자흐스탄 국빈방문 당시 홍범도 유해 봉환을 요청했고, 카자흐스탄 정부의 협조를 약속받아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다. 그런 마당에 북한 매체들이 나서서 고향으로 모셔야 한다고 주장했으니 정부도 북한 당국에 진의를 파악해서 사실이라면 그렇게 하도록 양보하는 게 도리라고 본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봉오동 전투 전승 100주년을 맞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 잠들어 계신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조국으로 모셔와 독립운동의 뜻을 기리고 최고 예우로 보답할 것이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뒤늦게 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3일 '조상 전래의 풍습을 무시한 반인륜적 행위' 제목의 논평을 내고 유해가 그의 고향인 평양에 안치돼야 한다는 것은 북과 남은 물론 해외의 온 겨레가 한결같이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홍범도 장군 유해를 고향으로 봉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한발 더 나아가 카자흐스탄 정부도 북과 남이 통일된 이후에 홍범도의 유해를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남조선 당국의 책동은 조상 전래 풍습도 국제관례도 무시한 반인륜적 행위이며 또 하나의 도발이라는 거친 말을 쏟아냈다. 그리 독립 영웅을 챙겼다면 왜 지금 와서 입에 담기도 힘든 막말을 쏟아낼 게 아니라 고향으로 모시는 조치를 먼저 취했어야 했다.

홍범도 장군은 평양 출생으로 일제 강점기 당시 1920년 6월 4일 만주 봉오동에서 독립군 최진동 사령관과 함께 일본 정규군을 대패시킨 영웅이었다. 하지만 홍 장군은 고국으로 귀국하지 않은 체 연해주에서 살다가 소련 스탈린의 한인 강제이주정책으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했고 1943년 그곳에서 순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봉오동 전승 100주년을 맞아 우리 정부가 카자흐스탄 정부에 요청해서 유해 봉환 외교를 한 것을 두고 북한 매체들이 주장한 만큼 장군의 고향이 평양인만큼 카자흐스탄 정부와 협력하에 고향에 묻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남북은 정상 간 서거에 상호 조문외교를 펼친 바 있다. 하물며 항일 투쟁사에 큰 획을 그린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남북이 협력하에 고향에 묻히도록 한다면 이 또한 상호 신뢰를 쌓는 길이기도 하다.

비록 북한 매체들의 주장일지라도 이번 기회에 남북한이 일제 강점기 항일투쟁과 분단과정에서 고향에 묻히지 못하고 이역만리 타향에 묻혀 있는 유해를 상호 고향에 돌아올 방안이 있는지 찾기 바란다.

이미 남북은 비무장지대 안에 625 남북전쟁 당시 산화한 군인들의 유해 발굴작업을 하는 만큼 가족과 유족이 원한다면 마땅히 고향에 묻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945년 이전에는 남북은 일제와 맞서 때로는 무장 독립투쟁을 함께한 한 민족이었다. 때문에 1945년전 독립투쟁에 나서 순국한 이들 선열들의 유해는 마땅히 고향 땅에 묻히도록 남북은 얼마든지 협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고향 평양으로 봉환하기를 바란다면 역시 독립투쟁사의 빛나는 별인 김원봉 장군 유해도 고향 밀양으로 봉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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