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산업팀 구성헌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건설사들의 보도자료 중에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 등 이웃사랑을 실천했다는 내용이 부쩍 늘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갖가지 형태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유행’하는 방법은 ‘김장 담그기’고 건설사의 특성을 살린 ‘사랑의 집짓기’, ‘연탄나르기’, ‘건설재해 유자녀 돕기’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 평소 만나기조차 힘든 건설사 CEO나 임원진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한껏 웃으며 김치를 버무리고 연탄재를 얼굴에 묻혀가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활동들은 무엇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고 이런 추세는 비단 건설업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중요시하는 최근 풍토와도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반영하듯 올해 건설사들의 기부금 등 나눔 실적은 예년만 못하다.

금감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사업보고서를 보면 시평액 순위 상위 10개사들이 기부한 금액은 지난 2007년 444억8000만원에서 2008년 501억5000만원, 2009년 720억7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232억4000만원에 불과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고 이 수치는 최근 5년사이에 가장 적은 액수가 될 전망이다.

반면 상위 10개사들의 접대비는 점점 상승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나머지 7개 건설사들의 접대비는 지난 2006년 170억7000만원, 2008년 205억6000만원, 2009년 217억9000만원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접대비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수주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평균적인 수치일 뿐 건설사별로 기부금 내역 등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만 보더라도 업계 1위인 현대건설은 7억3763만원, 3위인 GS건설은 4억2845만원에 불과한 반면 삼성물산은 91억3607만원, 대우건설은 19억1263만원, 대림산업은 43억1875만원 등으로 가장 적게 낸 업체과 많이 낸 업체의 편차가 무려 20배에 달한다.

가장 적은 기부금을 낸 GS건설은 3분기까지의 기부금과 접대비차가 10배를 넘는 불균형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런 단편적인 자료만 가지고 건설사의 마인드를 평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략적인 지표로 삼을 수는 있지 않을까?

최근 대형사들을 향한 검찰과 국세청의 칼날이 매섭게 몰아지고 있다. 대국민정서 역시 ‘건설업계는 여전하다’는 인식이 아직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럴 때 건설업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만큼 기부금도 큰 폭으로 늘리고 봉사활동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진심을 담아 실시한다면 이미지 개선은 물론 향후 수주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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