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의 협의를 통한 선출이 아니라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상임위 위원장을 뽑다보니 제대로 검증이 안 된 위원장들의 말실수가 뭇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6일 송영길 외통위 위원장은 북한이 개성공단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시킨 것과 관련해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말해 빈축을 샀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송 위원장은 몇 시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북한이 대포로 폭파하든 다이나마이트로 하든 대한민국의 재산에 대한 파괴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북의 추가적 도발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강력히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재위 첫 회의에서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3차 추경에서 장애인특수학교 설립 등 취약계층 예산이 감액됐다'고 따져 물은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물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게 각각 "심상정 의원보다 잘한다", "직전에 질의한 우원식 의원보다 10배는 잘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으로서는 선배 의원이 초선 의원에게 격려의 뜻으로 건넨 덕담일 수도 있으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썩 유쾌할 리 만무하고 두 의원을 지지해서 투표를 한 국민들에 대한 예의도 아닐 것이다. 유달리 (입직)서열에 민감한 한국사회를 반영해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선수(選數)'를 따지는 문화가 있다지만 공식적인 회의석상에서는 자제했어야 할 말이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3선의 윤 위원장이 4선의 심상정·우원식 의원에게도 과연 그런 평가의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인지, 또 윤 위원장이 역대 기재위 위원장과 견줘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176석의 압도적인 의석수로 모든 상임위 위원장을 자당 출신으로 채울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선출된 상임위원장들은 신중한 언행을 통해 '오만한 권력'으로 비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통합당도 지금 경제·외교적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는 만큼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하기 보다 하루빨리 등원해서 정부·여당을 적절히 견제하고 비판하며 국난극복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이욱신 기자
lws@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