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선점 경쟁…외부 업체 협업 VS 자체 시스템

▲ 두나무 증권플러스비상장 로고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유동성이 금융투자시장에 넘쳐나면서 상장 주식을 넘어 비상장주식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있다. 과거엔 주먹구구식 거래와 막연한 상장가능성 때문에 관심이 없던 시장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고 상장 시장으로 가는 사다리 역할이 생기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계의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중 협회가 운영중인 비상장주식 거래시장 K-OTC를 통해 거래된 금액이 5036억원으로 전년 동기 거래금액 2954억원 대비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주먹구구식으로 사설 업체를 통해 거래되던 것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며 신뢰도가 높아진 것도 한 이유겠지만, 동학 농민운동의 열풍 속에 넘치는 유동성이 비상장 주식까지 흘러들어간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상장된 기업의 성장성에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코스닥이나 코스피로 이전상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묻어둘 목적의 자금이 유입된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눈여겨 본 증권사들은 시장 성숙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에 대비 자체 시스템으로 소화하기 보단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외부 기업과 손잡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증권은 카카오톡 기반 트레이딩 서비스를 ‘증권플러스’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손잡고 작년 11월부터 비상장 주식 거래를 등록부터 매매까지 할 수 있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선보였다.

기업에게는 자금 확보의 수단을 제공하고 투자자에게는 투자 기회를 넓혀준다는 취지로 시작해 올해 4월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금융투자업 인가 없이 비상장 주식 거래 서비스가 가능해진 상태다.

삼성증권 측에선 이미 검증된 상장주식 매매거래 시스템을 비상장주식 영역으로 확대해주고, 두나무 측에선 기업정보를 발굴하는 한편 마케팅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두나무는 디지털자산 거래를 사업의 다른 한 축으로 두고 보다 적극적인 성향을 가진 투자자 유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증권 입장에선 비상장주식 거래시장이 가질 수 있는 초기 위험성과 시행착오를 자체 시스템이 아닌 협업으로 풀어 리스크를 줄였다.

비상장주식 거래시장에 발을 들인 또 다른 대형사는 신한금융투자다.

신한금투는 지난 4월 스타트업 PSX(판교거래소)와 제휴로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을 준비중이다. 이미 비상장주식 거래를 해온 ‘판교거래소’에는 인공지능, 이커머스 등을 영위하는 스타트업들이 거래되고 있다. 신한금투는 이미 시스템 운영을 통해 비상장거래 운영 노하우를 가진 이들에게 계좌개설 서비스, 매매체결 시스템 등 기존 보유 시스템을 제공해 향후 규모가 커졌을 시를 대비한 안정적 망구축을 담당한다.

두 회사가 외부 시스템과의 협업으로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반면, 이 시장의 가치를 읽고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적극성을 보이는 회사는 유안타증권이다.

유안타증권은 ‘비상장레이더’라는 비상장주식 전용 중개시스템을 이들보다 앞선 2018년 2월 오픈했다. 이미 2년여 동안 운영하며 180개에 가까운 비상장 주식을 플랫폼 위에 올렸고, 누적 거래대금도 2000억원을 넘어섰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관련 시스템 보완과 콘텐츠 강화를 이어와 이 분야에서는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4월에는 기술신용평가기관 나이스디앤비와 손을 잡고 투자자들의 종목 선정에 도움을 줄 종목 분석보고서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증권사 IB본부장은 “그간 장외거래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특정층으로 한정돼 있었던 만큼 먼저 이들을 시스템 안으로 흡수한 후 관심의 저변을 넓혀 일반 투자자들로 확대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벤처와 스타트업에 대한 육성 의지가 분명하고 이들에게 자금 수혈을 위한 수단을 다각도로 강구하는 만큼 금융위가 추진중인 BDC 도입과 더불어 비상장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11일에도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모바일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네고스탁’을 출시하며 파격적인 거래 수수료를 제시하는 등 비상장 거래를 둘러싼 경쟁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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