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초기단계…빅3 증권사 중심 경쟁 치열

▲ 해외주식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후발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주식 거래서비스를 시작한 현대차증권(제공=현대차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국내 기업들이 성장성에 한계를 보이자 주식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개인자금을 기관화한 국내 주식형펀드도 쇠퇴하면서 국내 상장 주식들을 떠받칠 수 있는 힘이 점차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의 대표적인 성장주가 많은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이 전일 발표한 ‘2019년말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 잔액은 전년대비 32% 증가한 4131억달러로 가장 높은 지역별 증가세를 보였다. 뒤이어 EU가 19.2% 증가한 2481억달러, 동남아가 13.1% 늘어난 168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상반기 주식시장으로 머니무브가 본격화되면서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월말까지 발표된 한국예탁원 해외주식 결제규모현황에 따르면, 2016년 122억달러에 머물던 해외주식 결제액은 2017년 234억달러, 2018년 319억달러, 2019년 408억달러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올들어 3분의 1에 해당하는 4월말까지 결제액이 398억달러에 달해 이미 전년 전체 거래규모에 이르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WM에 강점을 가진 주요증권사들은 해외주식거래 고객들을 잡기 위해 소리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증권사 전체 외화증권수탁수수료를 살펴보면, 1분기 기준 9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70% 늘어난 97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WM부문 빅3라 할 수 있는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279억원, 219억원, 102억원을 기록해 이들 3사가 전체 수수료 수익의 60% 이상을 차지해 초기 시장을 대형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리테일본부장은 “해외주식거래는 일부 투자자만 관심 갖는 영역이어서 과거엔 법인영업부 해외팀 등에서 전화로 주문 받아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도 회사 입장에선 수익이 안되는 고객 서비스의 일종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HTS에서 손쉽게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자가 늘어났고,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며 새로운 수익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전서비스 등에서도 수익이 발생하는가 하면, 거래가 많지 않은 일부 국가는 여전히 오프라인 주문이 필요하고 무료나 다름없는 국내 주식거래 대비 짭짤한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고객들의 시선이 해외로 향하자 초기 시장 선점에 뒤쳐진 타 대형사는 물론 국내 주식거래 시장 최강자인 키움증권 등 후발주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비대면계좌 고객 중 미국주식 거래이력이 없거나 미국주식거래 3개월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40달러의 투자지원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현대차증권도 지난 22일 미국주식거래서비스를 오픈하며 해외주식 거래서비스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증권거래소(NYSE), 나스닥(NASDAQ), 아멕스(AMEX) 등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HTS와 MTS를 통해 직접 해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증권사 리테일마케팅팀장은 “주요 증권사가 온오프라인 합쳐 30개 가까운 국가의 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상위거래 톱10 기업이 모두 미국주식과 ETF일 만큼 아직 고객들의 관심은 익숙한 미국주식이 대부분이고 일부 중국 주식 정도에 거래가 집중되고 있다”며, “아직 리서치서비스 등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익숙한 기업이 많지 않은 신흥국 시장까지 수익화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미국시장에 먼저 집중한 것은 효율적인 전략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해외주식 열풍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교열위에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연기금 주식운용CIO는 “아직은 국내 주식투자 절대금액을 감안할 때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국내 상장 기업들이 수익 관점에서 경쟁력이 점차 사라져 해외로 쏠리게 되면 그나마 국내 증시를 받치고 있던 개인과 기관들이 모두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다”며, “해외주식도 아직 국내 증권사들의 인프라가 완전하지 않은 만큼 해외법인을 통해 리서치 역량 등이 확보된 곳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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