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수만 139만여 명이었다. 부상자와 이산가족은 물론 제외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료에 나타난,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3년간에 걸친 남북 전쟁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군사망 13만7,899명, 경찰 3,131명, 북한군 52만여명, 유엔군 3만7,902명, 중공군 14만8,600명, 남한 민간인 학살 24만4,663명이다.

우리는 그러고도 여전히 38선이란 선을 그어놓고 대치 중이다.

대치 중에 국지전을 방불케 했던 지난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의 제1연평해전에 이어 2010년 천안함 폭침 등 수 많은 크고 작은, 서로를 향한 총질과 포성은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누구를 위한 대치인지 명쾌하게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답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반도 역사상 이처럼 남북이 오랫동안 헤어진 적이 없었다. 신라가 당나라에 파병을 요청해 삼국을 통일 후 당나라 군대가 주둔한 안동도호부가 90년간 주둔군으로 섭정은 했지만, 분단국가는 아니었다.

이후 몽골, 일제 강점기 때도 하나 된 한반도였다. 하지만 6·25 때 한반도는 제국의 무덤이었다. 남북한은 물론 중국, 미국 등 타국의 군인들까지 전쟁에 나서 139만여 명과, 그에 버금가는 부상자, 그리고 이산가족을 남긴 채 여전히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남북은 갈라선 지 75년, 전쟁 70주년을 단순히 기념일이 아닌 민족의 미래를 위해 어떤 길이 있는지 살펴봐야 할 때이다.

증오와 대결의 시대는 못난 지도자들이 벌이는 꽃놀이패일 수 있지만, 국민이 원하는 답은 아니다.

벌써 남북의 지도자들은 2~3세 시대를 맞이했다. 선대 때 응어리졌고 또 이념으로 한반도 땅을 핏빛으로 물들인 동족상잔의 깊은 상처를, 후대가 어떤 식으로든 해원과 상생의 길은 없는지 깊은 성찰의 날로 삼아야 할 6·25 70주년이다.

남북은 지난 2000년 6월 13일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 공군 1호기가 평양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하늘길을 연 바 있다. 당시 남북 정상 간 첫 만남은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열어 보자는 것이었다. 그런 시대를 열자고 6·15 공동선언을 맺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잇따라 북쪽 지도자와 만나 6·15 공동선언의 후속 이행을 다짐해오고 있다.

6·15 선언에 있고 난 뒤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과 '종전선언 추진' 등을 담은 2007년 노무현-김정일 두 정상의 10·4 평양 선언으로 이어졌다. '한반도에 더는 전쟁은 없다'라며 새로운 평화 시대를 선언한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의 판문점 선언으로 진일보 중이다.

우리 한반도는 제국의 사냥개인 주구(走狗)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70주년이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전쟁을 피해 남한으로 피난길에 나선 부모가 남한 거제도 수용소에서 탄생한 아픈 가족사를 안고 있다. 여전히 주변 열강들은 누구도 그 아픔을 치유하지 않은 채 틈만 나면 대결을 부추기고 틈을 갈라놓는 일에 열 일을 다 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존 볼턴 미국 전 국가안전보좌관의 최근 회고록에서도 고스란히 나와 있는 대목이다.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남북은 제물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볼턴 회고록은 고백한 셈이다.

따지고 보면 한반도 역사는 유구하다. 누구도 빛나는 역사에 흠을 낼 수는 있지만 단절할 수는 없다.

그 때문에 남북은 우리 역사에 흠을 내는 제국의 음모에 단호히 맞설 축적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왜 우리는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눠야 하는지 자문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제국의 주구 노릇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 깊이 성찰하는 6·25 70주년이 되길 바란다. 분단 75주년 남북 전쟁 70년 세대들이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죽기 전에 그들이 뿌린 분단의 씨앗을 이젠 거둬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남북 정상은 그간 화해와 상생을 위해 서로 주고받았던 선언과 합의를 한 걸음 한 발짝 다가서 실행하고 진일보하는 길을 걷기 바란다. 그 길이 분단의 독초를 뽑는 길이라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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