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장관, "김정은 지시 등, 정책 전환 감지돼"
"북핵 위기 원인은 북 체제유지 불안감 해소 실패"
"미국, 북미수교 합의 불구하고 번번히 수교 안해"

▲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공동으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 국회의원회관에서 '위기의 한반도,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세현 전 장관이 25일 문재인 정부가 한미워킹그룹의 '족쇄'를 벗어나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관계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남군사행동 보류 지시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담화를 근거로 최근 위협수위가 높아졌던 북한의 대남정책이 전환될 신호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해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핵문제 관련 강연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군사행동을 보류할 것을 지시하고 김영철 부위원장이 '남측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방향을 정하겠다'고 언급했다"며 "(수위 높은 대남위협 발언을 하던)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이 뒤로 물러선 것이 북한이 대북전단살포 금지 조치 등을 통해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특사는 공개적으로 거부했지만 물밑 접촉을 제안해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북핵 위기가 고조된 원인으로 냉전해체 후 북한은 체제안전의 위기감을 느껴 지속적으로 북미수교를 요구했고 그러한 내용으로 북미 합의가 이뤄졌지만 미국 정부내 반대세력에 의해 합의가 어그러지면서 북미수교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정 전 장관은 "1991년 12월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는 첫째가 상호체제인정, 둘째가 상호불가침, 셋째가 상호비방·중상금지였고 1994년 10월 북미제네바합의에서도 1항이 북한의 영변 핵활동 중단, 2항이 핵활동 중단 3개월내 북미수교협상 개시였다. 2005년 9·19 6자회담합의에서도 북한의 핵포기와 미국의 대북 핵위협 중지, 북미 수교 등을 내용으로 했다"며 "1994년 미국 군부 강경파 도발로 빚어진 휴전선 미군 정찰기 격추사건, 2002년 10월 미국 네오콘 주도로 진행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과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운영 주장, 2005년 9·19합의 다음날 미 재무부가 방콕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예치된 북한자금은 불법활동수익을 세탁한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북미수교는 냉전세력들에 의해 가로막혔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대북 정책의 족쇄가 되고 있는 '한미워킹그룹'은 원래 김영삼 정부 시절 클린턴 정부가 북한에 너무 다가서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주장한 '한미공조'에서 비롯됐다"며 "북핵문제는 우리에게 죽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미세한 점까지 챙겨야 한다. 북한을 상대할 때는 문장 속에 숨어있는 행간을 읽어야 한다. 미국은 그럴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 문제에 관한한 우리가 가장 전문가라는 인식을 갖고 좀 더 적극적으로 북미간 관계 개선·평화 중재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정권 말 합의한 것이 정권 바뀌면 없었던 일로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트럼프를 만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같은 민주당 정부라도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클린턴 정부처럼 하기를 바라다"며 "문재인 정부도 임기내 성과를 내는 데 집착하지 말고 다음정부가 6·12북미(싱가포르)협상의 성과를 이행될 수 있도록 북미관계·남북관계 복원에 노력을 기울여 한다"고 권고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은 "1971년 김대중 당시 (신민당) 대선후보가 미·소·중·일 '4대국 안전보장론'을 내세운 것이 훗날 6자 회담으로, 남북한 UN동시가입 주장과 1972년 4대국 교차수교론이 1991년 노태우 정부 시기 UN동시가입과 중·소와의 수교로 이어졌다"며 "북미·북일 수교가 이뤄져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워싱턴에 북한 대사관이 상주했다면 북핵문제가 여기까지 왔었을까하는 짙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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