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두고 소유주인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매각 줄 달이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형 매체에서 5천억 원 이상 호가하는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가 반값에 매수하려한다는 기사가 흘러나왔다. 언론보도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난감해 했다. 어떠한 가격 흥정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사유 재산을 반값 매입을 강행하려는 의도가 왜곡됐다며 황당해 했다. 이후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시세대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매수자가 제값을 주겠다고 나서자 송현동 황무지에 금융위원회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대한항공은 강성부 행동주의 펀드·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의 삼자일체에 대항, 여전히 경영권 분쟁 여지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 자산매각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산업은행 등 금융권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수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국민 혈세가 대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두는 방법을 두고, 가급적이면 우회적이고, 자연스러운 방법을 모색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여론이 이에 적극 동참한 것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부실기업과 부실한 금융기관 채권의 매입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시키는데 주력하는 공공기관의 역할에서 이반되는 사업일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은 비록 현재 유동성 확보에 자구책을 마련 중이나, 부실기업으로 분류할 수 없다. 게다가 대한항공의 주력업종은 금융업이 아닌, 항공 사업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갑자기 종로구 주면 400여명이 서울시에 송현동 부지 공원화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쏟아지면서 송현동 부지의 최종 승자는 대한항공으로 결정난 듯했다. 인근 주민의 여론은 서울시와 대한항공의 지지부진한 여론전에 결정타를 날힌 것이다.

송현동 부지에 종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상업시설 복궁, 광화문 인근에 사회문화적 가치가 있는 시설 등 자신의 이해관계와 사회·역사적 관심 분야에 따라 선호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400명의 주민이 '문화공원 조성'에 극구 반대하는 자연스럽지만 어색한 상황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의 의견서 제출 사실조차 말할 수 없다며 400명이라는 주민의 숫자도 처음 들어본 사실이라며 황당해 했다. 결국 400여명의 인근 주민이 송현동 부지 공원화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매각 협상 대상자인 서울시와 대한항공의 기 싸움이 진행된 이후, 근거 없는 이슈는 뉴스의 형태로 생산됐다.

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는 25일 오전 송현동 부지에 대한 시민사회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실련은 입장문을 통해 송현동 부지는 재벌의 자산 증식을 위한 수단이 아닌, 시민들이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공유지가 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이 국가 기반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부로부터 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지원을 받으면서도 오로지 사유재산권을 주장하며 사회적 책무에 눈을 감고 있다.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가 대한항공 오너일가를 위한 환금성 가치 이외에, 서울이라는 지정학적 상징성, 한옥마을 등 우리 문화유산의 일부, 서울시민 누구나 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송현동 부지가 바람에 ‘아니 뮐’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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