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은 1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위원 선임을 요청했다고 한다. 후보 추천위원 전체 7명 중 4명을 여야 교섭단체에 선임한다는 규정에 따라 교섭단체를 구성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추천위원을 요청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요청 공문을 인사혁신처를 통해 국회에 요청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4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예정대로 공수처장이 임명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구성을 둘러싸고 미래통합당이 개원과 함께 국회 모든 일정을 거부하고 있어서 또 한 번의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임위원장마저 모든 자리를 차지하는 초유의 국회 상황을 미래통합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이번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서도 대응하지 않으리라고 점쳐진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국회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2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낙점해 임명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회에 공문을 보내고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한마디로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이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기소권·공소 유지권을 이양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로 추진됐지만 그 과정은 길고 긴 세월을 거쳐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된 셈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렇다. 지난 1996년 국회와 시민사회의 요구로 처음 논의가 시작된 지 24년 만이다. 마침내 2019년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가 통과하면서이다.

대통령·국회의원·법관·지방자치단체장·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 및 기소할 수 있는 독립기관이 검찰과 함께 공수처도 함께 한다. 그동안 검찰이 독점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 유지권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검찰의 권력 남용을 분산시키겠다는 오랜 산고의 결실이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권력 독점 현상은 경찰에서 군 그리고 정보기관 다시 군에서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검찰로 권력 독점의 행태를 보여왔다.

공수처는 지난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1996년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가 발의한 부패방지법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 공수처 신설이 국회에서 논의됐으나 무산됐고, 이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수처법을 발의하며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신설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2005년 당시 한나라당의 반발로 도입되지 못한 기록들이 그간의 산고를 대변하고 있다. 문민정부 이후 검찰에 집중된 독점화된 권력에 대한 검찰 개혁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동안 수면하로 들어갔던 공수처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대선 당시 공수처 설치를 1호 공약으로 내걸었고 5월 취임과 함께 그해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방침을 밝혔다. 이후 그해 10월 법무부가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전담할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자체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공수처의 정식 명칭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아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정했는데, 이는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의 수사 및 공소를 담당하는 기관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규정한 것이다.

법무부가 2017년 10월 내놓은 공수처 설치 방안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 대상자는 ‘현직 및 퇴직 후 2년 이내의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이다. 그 대상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대법관·판사, 헌재소장·재판관, 광역자치단체장·교육감을 비롯해 각 정부 부처 정무직 공무원, 대통령비서실·경호처·안보실·국정원 3급 이상과 검찰 총장·검사, 장성급(전직에 한함) 장교, 경무관급 이상 경찰 공무원이 포함됐다. 고위공직자 가족 범위는 일반 고위공직자의 경우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이고, 대통령은 4촌 이내 친족까지다.

또 법무부는 자체 방안을 통해 공수처에 수사·기소·공소 유지 권한을 모두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공수처의 권한 남용 견제 장치 마련을 위해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불기소심사위원회’를 설치해 불기소 처분 전 사전심사를 받도록 했다. 또 검사의 부패범죄의 경우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없도록 모두 공수처로 이관하도록 규정했고, 타 수사기관과의 관계에서도 공수처의 우선적 수사권을 인정했다. 반면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가 발견됐을 때에는 공수처가 자료와 함께 검찰로 통보해 수사하게 했다.

24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된 검찰의 권력 독점화를 견제와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또 다른 기구인 공수처는 우리 사회의 법 앞에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장치라 할 수 있다. 그 평등을 거부하는 집단적 저항은 스스로가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오기로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그 같은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수처가 절차적으로 신설돼 가동돼야 한다.

그것만이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검찰 스스로가 신뢰받는 길이기도 하다. 논란의 중심은 한쪽 말만 들어서는 판단할 수 없다. 양쪽의 의견을 들어보고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자 하는 게 공수처와 검찰의 역할 분담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