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열린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에서는 "때리지 않고 말렸다"

사진=경주시체육회 인사위에 나타난 트라이애슬론팀 감독

[일간투데이 양보현 기자]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 선수 고(故) 최숙현씨 지인이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2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숙현 선수의 지인이라고 밝힌 두 명의 청원이 게시됐다.

게시한 청원인은 "고인은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는 성희롱까지 겪어야 했다. 해당 폭력들은 비단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폭로했다.

또한 올해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배를 고소한 뒤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등에 신고하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지인들은 "고 최숙현 선수가 공공 기관, 책임 있는 단체에 도움을 청하였지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고 밝혔다.

고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의 실업팀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어머니에게 보낸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였다.

사진=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메세지

하지만 고 최숙현 선수가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감독은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5개월 전 그는 최숙현 선수 아버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을 드린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것을 미루어 볼때 상반되는 행동이다. 고 최숙현 선수가 소송을 시작하자 용서를 빌던 감독은 태도를 바꿨다. 현재 그는 "나는 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팀닥터의 폭행을 말렸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상조사 요구하는 미래 통합당 정희용(왼쪽부터), 김예지, 이용, 김석기, 김웅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행에 시달렸다는 추가 피해자들이 더 있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 달간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다. 심지어 자살하도록 만들겠다는 폭언까지 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와 관련해 “경기인 출신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나서서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경주시 체육회는 2일 오후 2시부터 운영위원회를 열어 폭행과 폭언,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경주시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을 '직무 정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체육회는 수사가 진행 중이고 앞으로 재판까지 진행되는 만큼 해당 감독이 선수단 활동에서 손을 떼도록 결정했다. 이와 함께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해임 등의 추가 조치를 취하기로 의결했다.

사진=2013년 해양스포츠제전 참가한 최숙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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