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청기 판매업소 등록기준 및 판매자 의무사항 신설
청각 장애인 관련 단체, “정부가 이비인후과 측 의견만 들어”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장애인보청기 건강보험 급여제도 시행 개선안을 두고, 청각장애인 관련 단체들이 정부가 병·의원 측에 유리한 제도를 만들면서 청각장애인들에게는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켰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는 보청기 판매 업소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보청기 제품에 개별가격고시제를 적용하고 급여평가 항목을 신설했으나, 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탁상공론 정책이라며 이를 평가절하했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및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보건복지부고시)에 따른 장애인보청기 급여제도 개선안을 시행했다.

이번에 시행되는 보청기 급여제도 개선안은 개별 급여제품의 적정가격을 평가한 후 이를 공개하고, 보청기 판매자의 기기 적합관리를 담보함으로써 청각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적합관리란 보청기의 청력개선 효과를 높이기 위한 기기 성능 유지 · 관리 서비스를 의미한다.

정부는 보청기 판매업소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보청기 급여 기준금액이 34만 원에서 131만 원으로 인상된 이후 급여제품의 판매가격 역시 함께 상승했다. 특히 일부 판매업소의 경우 불법 유인 · 알선을 통해 보청기를 판매한 후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보청기 제품은 개별가격고시제가 적용된다. 종전에는 없었던 ‘급여평가’항목이 추가돼, 꼭 필요한 성능의 제품을 차등적 구입하도록 유도했다.

보청기 제조·수입업체가 자사 제품을 급여보청기로 판매하려는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내 설치된 보청기급여평가위원회의 성능평가를 통해 적정가격을 평가(급여평가)받아야 한다.

기존에는 급여기준액인 131만원에 보청기 구매 후 공단에 급여비 청구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개별 제품별 가격 책정으로 꼭 필요한 성능을 갖춘 보청기를 적정 가격에 구매해야 한다.

급여비용도 분리 지급된다. 올해 7월 1일부터 구매하는 보청기의 경우 제품 검수확인 후 131만 원 범위 내에서 일시 지급되던 급여금액이 제품급여(제품구입에 따른 급여)와 적합관리 급여(기기 적합관리에 따른 비용)로 분리되어 급여 단계별로 나누어 지급된다.

종전에는 131만 원 단일 금액을 지급한 반면, 향후 보청기 제품 기준액은 91만 원으로 책정된다. 초기 적랍관리 기준액과, 후기 적합관리 기준액은 각각 20만원 지급된다. 초기 적합관리 급여는 제품 구매 후 검수 확인이 완료된 이후, 제품 급여와 같이 지급된다. 후기 적합관리 급여는 실제 적합관리서비스가 제공된 경우만 지급된다. 이는 보청기 구매 1년이 지난 후부터 5년까지 매년 5만원 씩 분할 지급된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급여금액 산정 내역에 보청기 적합관리 비용이 포함돼 있다"며 "판매 업소의 적합관리 서비스 제공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청기바로쓰기소비자협동조합, 한국청능사협회 등 청각장애 관련 단체는 정부 시행안에 적극 반발했다.

청각장애 관련 단체는 "장애인보청기 건강보험 급여제도 개선안은 국민 세금의 낭비를 증가시키고 청각장애인에게 불편과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뿐"이라며 보건복지부의 행정을 질타했다.

앞서 이 단체들은 지난해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 앞에서 집회를 연 후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게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성명서에 따르면 "정부는 그간 이비인후과 병의원의 부정수급 의혹 등에 대은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비인후과 측 의견만 수용했다"며 "보청기 검수 확인을 실시할 인력과 장비 및 시설을 갖춘 이비인후과병의원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청각장애인이 불필요한 보청기 처방전과 검수확인서를 받기 위해 병의원을 더 자주 방문하고 더 많은 검사비를 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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