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렬 검찰총장이 수사지휘권을 놓고 직속 상관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반발하는 모양새가 볼썽 사납다. 추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은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올해 초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리를 제보하라고 협박했다는 의혹이다. 사건에 연루된 한 검사장이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사실 때문에 보다 공정하게 하도록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지휘권은 이번만이 아니라는 게 검찰 역사에 나와 있다. 그것도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서면 형식을 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05년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때 김종빈 검찰총장은 이를 수용한 뒤 사퇴했다.

이번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과거 유사한 사례가 떠오른다.

대공과 선거, 노동, 학원 사건을 전담하며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막강한 위세를 부렸던 다름 아닌 검찰 ‘공안부’ 이야기다. 지난 1999년 6월 7일 당시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이 대전고검장으로 영전을 앞두고 검찰 출입 기자들과 폭탄주를 거나하게 한 뒤 이전 해인 1998년 11월 있었던 조폐공사 파업은 자기들이 ‘유도’한 것이라는 ‘폭탄 발언’을 했다. 취중 진담을 한 셈이다.

이를 그 자리에 함께 있던 한 기자가 기사화했다. 당시 진형구 부장은 조폐공사 파업은 우리가 만든 것이다. 내 고교 후배인 조폐공사 사장과 논의한 뒤 했다. 이 같은 계획을 공안부에서 만들어 총장에게 보고했다는 보도였다. 이 일로 진형구 부장은 곧바로 사표 냈을 그뿐만 아니라 취임 8일 된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이 물러갔고 헌정 사상 초유의 특별검사팀이 출범했다.

이후 끊임없는 크고 작은 사건의 중심에 선 검찰 공안부는 지난해 검찰 공안부 폐지와 업무 조정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검찰이 그 향수에 젖어있는 것일까? 본인들이 맘만 먹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는 사고는 옳지 못하다.

지난 56년 동안 검찰 공안부가 누렸던 권력의 피해가 국민 몫이라는 절박감 때문에 숱한 우여곡절 끝에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률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7월 15일 출범해야 한다.

그러나 야당인 미래통합당 추천위원 2명을 미래통합당이 추천하지 않고 버티면 7명 위원 중 6명이 2명을 추천하고 이 중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만큼, 이 절차라면 어려운 상황이다. 미래통합당 추천위원 2명이 빠지면 추천 근거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밀실과 야합에 의한 것이 아닌 공개적인 서면으로 수사지휘권을 법 테두리 내에서 행사해도 반발한 경우로 볼 때 공수처 등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더한다.

고위공직자 이탈행위를 검찰이 아닌 제3의 독립된 기구에서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도 법과 권력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국민은 표로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심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제되지 않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표로 통제해왔다. 그 표는 다시 정부와 국회를 견제하는 균형추 구실을 해왔다. 이에 검찰도 예외일 수 없다. 검찰이 자초한 사건에 왜 객관적인 검증을 하자는 수사지휘권을 놓고 반발하는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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