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조력권,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선별 변호, 국민의 재판권 침해"

[일간투데이 엄정애 기자]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가 지난 13일 장성근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선정됐다가 성범죄 사건 피의자 변호를 맡았다는 이유로 사임한 것과 관련해 "모든 사건을 편견 없이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가 여론에 부담을 느껴 사임을 하는 상황은 결국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한변협은 14일 성명서를 통해 "변호사는 '변호사 윤리규약 제16조 제1항'에 따라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변호를 거절할 수 없다"며 "변호사가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을 보고 선별적으로 변호활동에 나선다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변호사협회는 선별적 변호를 징계사유로까지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변호사에 대한 의무 부과는 헌법 제12조에 기인한다"며 "과거 수사기관이 부당한 구속과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왜곡해 무고한 시민이 억울하게 형벌에 처해진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이 때문에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변호인 조력권을 규정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헌법 제27조 제4항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무죄추정원칙을 천명하고 있어 국민은 적법한 절차에 의한 수사 및 재판을 보장받게 됐다"며 "만약 모든 국민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재판에 임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검찰 등 수사기관에 비해 열세인 피의자나 피고인은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게 되고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서 억울하게 살인자로 몰린 윤 모 씨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의 역할은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고 증거를 조작해 흉악한 범죄자를 무죄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누구나 자신이 저지른 범죄만큼 처벌을 받게 하는, 특히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까지 처벌받지 않도록 국민을 돕는 것이 변호사의 의무이자 사명"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사건을 변호했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점은, 결국 국민의 인권 침해와 기본권 보장을 목표로 한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수행한 사건을 가지고 그 변호사를 평가하는 것은 결국 변호사의 선별적 변호로 이어져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바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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